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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는 전통적인 교통의 요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옛 지명인 '말죽거리'는 조선시대 지방 관료들이 한양 도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을 갈아타고 죽을 먹였던 곳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예전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상업 활동이 활발했다.
양재동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택지조성이 된 지역인 만큼, 고속도로 접근성 때문에 경기도 쪽에서 넘어오는 코스트코, 하나로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 쇼핑 수요도 꾸준하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제외하면 인근에 강남역이라는 매머드 상권이 있는 만큼, 뚜렷한 대형 중심상권보다는 곳곳에 식음료 중심의 크지 않은 골목상권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양재동에는 '강남권의 힐링 스팟'으로 불리는 시민의 숲과 양재천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 산책로 중 한곳인 양재천의 영동1교와 영동2교 사이 700m 정도에는 '와인 거리'가 형성돼 있다. 지난 주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초구에서는 와인바와 카페 등이 밀집한 이곳을 '연인의 거리'로 명명하고, 지난 2014년 약 60억원 규모의 종합정비사업을 실시해 산책로를 정비하고 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숨은 소개팅 명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양재천이라는 독특한 입지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단, 산책로 주변에 있는 만큼 겨울에는 주춤한 계절적 한계는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와인 거리는 주로 '단골 장사'를 하는 곳으로, 객단가가 높은 편" 이라면서, "아직 완성된 상권은 아닌 만큼,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가미된 이벤트나 축제 등을 통해 정체성을 알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양재동 일대는 주변 집값 상승으로 인해 상가 가격이나 임대료도 상당히 오른 상태다. 양재역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면 근린상가의 경우에도 평당 4000만~4500만원 선에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임대의 경우 양재천 와인거리 66㎥(20평)짜리 카페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선, 먹자골목 1층 식당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5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있다.
광역버스 집중 '교통 허브'…'R&CD 혁신허브' 기대감 ↑
양재동 일대는 빌라촌과 중소기업들이 많은 곳이라, 인근 강남역처럼 빌딩 밀집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현재 양재동 일대는 일동제약 사거리 등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이러한 식음료 수요는 광역버스 집중 지역인 만큼 경기도권과 서울권 직장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R&CD 혁신허브'의 영향으로 식음료 매장 수요가 늘어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현대·LG·KT 등 대기업 연구소와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가 우면동으로 이어지는 인근에 있고, 서울시에서도 이 부근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줄 수 있는 세계적인 R&D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속속 들어서게 되면 이 일대에 거대 오피스타운 형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선종필 대표는 "양재 인근 오피스들이 늘어나면 업무와 관련된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오피스 상권은 슈퍼마켓 등 생활형 소비가 주요업종인 아파트 밀집지역과 달리, 직장인 위주의 주 5일 영업형태를 가지게 된다. 권강수 이사는 "일반적으로 오피스 상권에서는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한 편의점이나,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 김치찌개 등 전통적인 식당들이 무난한 창업 아이템으로 꼽힌다"면서, "주중 유동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주말 매출이 취약할 수 있어서 업종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