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김과장'이 30일 종영한다.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작품은 애초 한류스타가 투입되거나 대규모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도 아니었던데다 이영애 송승헌이 이끄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맞붙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수목극 최약체로 분류됐다. 방송 관계자들까지도 '김과장'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라졌다. '사임당, 빛의 일기'가 주춤하는 사이 남궁민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차진 대본, 스피디한 연출이 기가 막힌 앙상블을 이루며 치고 올라갔다. 7.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김과장'은 3회 만에 10%대 시청률에 진입, 20%에 육박하는 기록으로 수목극 1위를 유지했다.
물론 '김과장'의 인기에는 남궁민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타이틀롤 김성룡 역을 맡은 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극을 이끌고 나갔다. 원맨쇼를 방불케 하는 '티똘' 김성룡의 활약은 꽉 막힌 시청자의 속까지 뚫어줬다.
남궁민 뿐 아니다. '김과장'은 주조연 가리지 않고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나갔다. 남상미는 까칠한 듯 하지만 정 많고 의리도 있는 윤하경 캐릭터로 국내 드라마 중 보기 드문 능동적인 여주인공을 만들어냈다. '먹소' 서율 역의 준호는 아이돌 가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진 연기를 선보이며 인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추남호 부장 역의 김원해는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연기 요정'으로, 박현도 역의 박영규와 조민영 역의 서정연은 악역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여기에 엄금심 역의 황영희, 고만근 역의 정석용 등도 감초 연기로 힘을 보탰다.
'김과장'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뽐낸 원석들도 대거 발굴됐다. 오광숙 역의 임화영과 홍가은 역의 정혜성은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고, 동하는 박명석의 개과천선 성장기를 그려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본도 탄탄했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도돌이표 전개,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혹은 치정 관계가 없어도 얼마든지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몸소 입증했다. '김과장'에는 고구마 전개가 없었다.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늦어도 2회 안에는 마무리되며 속도감을 유지했다. 구내 식당 식단표를 기밀 문서로 위장하는 등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기상천외하고 기발했다. 뻥 뚫리는 사이다 전개에 시청자도 오랜만에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남녀 주인공이 오해로 갈등을 빚다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초반 기획의도를 흐리곤 한다. 그러나 '김과장'은 그런 위험 요소를 아예 배제했다. 김성룡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개과천선하고 악에 맞서는 내용을 꿋꿋이 전개했다. 그러다 보니 광숙이와 상태, 윤하경과 서율의 틈새 '썸'에 오히려 시청자가 열광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굿닥터'로 따뜻한 인간애를 그려냈던 박재범 작가답게 '김과장'은 정신없이 웃기는 가운데에서도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았다. 김성룡의 사이다 행보로 판타지를 심어주는 한편 정리해고, 기러기 가장, 임금 체불, 노조 파업 등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소재를 풀어냈다. 여러가지 사건과 갈등 속에 캐릭터들이 인간적 위안을 전해주고 상처가 봉합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조명하며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처럼 '김과장'은 배우 연출 대본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반전 신화를 썼다. 근래 보기 드물게 속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던 '김과장'의 종영에 시청자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김과장' 후속으로는 최강희 권상우 주연의 '추리의 여왕'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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