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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지만 올해 가을은 유난히도 요란스럽다.
부인할 수 없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현주소다. 포장도 사치다. '자업자득'이란 말 외에 딱히 떠오르도 말도 없다.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탈출구가 될 수 있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조명이 켜진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운명의 휘슬이 울린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지만 슈틸리케호는 반환점도 돌기 전 벼랑 끝에 몰렸다. 2승1무1패(승점 7점)를 기록, A조 3위로 추락했다. 1위 이란(승점 10점·3승1무), 2위 우즈벡(승점 9점·3승1패)과의 승점 차가 3점, 2점이다. 한국이 우즈벡과 만나는 날, 이란은 시리아와 맞닥뜨린다. 만에 하나 우즈벡전에서 잘못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이란과의 승점 차가 6점, 우즈벡과는 5점으로 벌어질 수 있다. 역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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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다", "당장 월드컵 본선에 가야하는 목표를 가진 우리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상당히 어렵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기적인 플랜에서 나와야 한다, 유소년 단계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발언들, 그러나 현실이었다. 이란에 0대1로 패한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내뱉은 믿기 힘든 허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착각은 이란 원정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됐다.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자리를 빌어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12년 동안 몇 명의 감독을 선임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총 10명"이라고 한 뒤 "감독 교체를 위해선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K리그 발전, 선수발전, 교체로 인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분석에도 시간이 모자라야 할 감독이다. 시간이 얼마나 많길래 역대 감독 숫자까지 계산한지 모르지만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에 진출에 성공한 허정무 전 감독의 경우 축구협회는 계약 연장을 원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강희 감독도 최종예선으로 임기를 못박았다. 감독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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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도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유소년, K리그 발전 등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면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 감독은 오직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켜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 달이 시작됐다. 감독이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의 말도 필요없다. 결과로 말해주길 바랄 뿐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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