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우리는 체육 실천가로서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이 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것을 다짐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한국여성체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내로라하는 여성 체육학자들이 한자리에 집결했다. 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양성평등 선포식'이 열렸다. 학교 현장, 남녀 체육 교육의 평등을 위한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을 화두 삼았다. 원영신 한국여성체육학회장의 선창에 여성 체육인들이 씩씩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우리는 체육전문가로서 여학생 및 여성의 다양한 체육활동 참여 및 사회 진출 촉진을 위해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에 적극 동참한다." 여성 대통령 시대, '여학생 체육'의 주체인 여성 체육 리더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한 정부, 국회, 체육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 남상남 한국체육회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 권 차관은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시점에서 여성체육인들의 지위도 한단계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여성, 청소년, 가족이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여학생 체육에는 '여성, 체육, 건강' 3가지가 모두 포함된다. 우리로서는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여기서 논의된 건의사항들을 잘 담아가겠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여학생 체육에 대한 관심을 직접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해방 이후 대통령중 처음으로 여학생 체육을, 그것도 서너번이나 언급했다. 당은 다르지만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와 체육 양성 평등법 논의가 늦어진 점을 아쉬워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이 문제를 남들이 해결해주겠거니 하고 여성 체육인들이 뒷짐 진 경향이 있다. 2년전부터 노력했다면 미국 '타이틀9' 법안처럼 활성화됐을 것이다. 늦었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인의 여성체육인회 회장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서면 축사를 통해 "그동안 국회에서 체육수업 시수확대, 초중고 남녀 탈의실 설치, 여학생 참여종목 확충 등을 통해 여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해왔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체육 양성평등 선포식에 이어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 방안'이라는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조미혜 인하대 교수가 '양성평등 체육법안 제정의 의미', 장재옥 중앙대 교수가 '양성평등 체육법안의 입법 방향', 김원정 공주대 교수가 '외국의 양성평등 관련법 적용 사례', 김양례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원이 '양성평등 체육법안 제정의 현주소와 실행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남녀 학교체육의 기회 균등,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1972년 제정된 미국 교육평등법 '타이틀9'의 예를 참조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미국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성별로 인해 참여를 제한받거나, 혜택이 거절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모든 학교 교육에서 남녀가 '기회 균등'은 물론, 동일한 예산 및 시설 지원을 받게 되면서 스포츠에 참여하는 미국 여고생 인구는 무려 1100% 증가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는 '타이틀9'에 대한 고찰과 함께 체육 양성평등 법안 제정 방법론이 주로 논의됐다. '학교체육진흥법' 내에서 여학생 체육활동을 강조해 개정하는 방법과, 체육 양성평등법을 새로이 제정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에는 정부 각 부처 실무자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승겸 교육부 인성체육예술학과 연구관, 강기호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 사무관, 안일환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 사무관, 임성철 좋은체육수업나눔 연구회장이 여학생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시책과 노력,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김승겸 교육부 연구관은 "교육부는 2013년 이후 여학생 체육 활성화 방안은 대통령께 보고드렸다. 당시 초중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체육수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학생이 70%에 달했다. '여학생들이 체육을 싫어한다'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여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활동하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중학교 이후 여학생들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보편적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하면 성적 차별 없이 똑같이 활동하게 할까가 화두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일환 여가부 사무관은 "학교 체육에서 남녀학생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신체적, 정서적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별을 고려한 다양한 체육프로그램 각급 학교에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공학의 경우 체육복을 갈아입을 탈의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인권보호 측면에서도 탈의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강기호 문체부 사무관은 "문체부는 '스포츠비전 2018'을 통해 2017년까지 여학생 스포츠클럽 1000개를 지원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놓았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홍보도 중요하다.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체육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