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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 월드컵. 방송 3사의 중계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드컵 전초전이나 다름없던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MBC와 SBS가 양강구도를 이뤘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SBS의 우세승, 빙속 3총사가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선 MBC의 압승이었다. 소치에서 담금질을 하며 칼날을 벼린 방송 3사는 6월 브라질에서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의 승전보를 어떤 채널에서 누구의 목소리로 듣게 될지, 이제 시청자들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방송 3사, 왜 월드컵에 사활 걸었나
방송사들은 왜 월드컵에 사활을 걸었을까. 간단히 말해 '월드컵 특수'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익인 광고 매출이 걸려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집계에 따르면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액은 733억원이었다. 지난 대회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광고시장 규모도 최소 700억원에서 최대 9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광고 매출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상반기 내수 시장 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축됐던 광고시장도 월드컵을 앞두고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BS와 MBC는 지난 21일 광고주 및 광고회사 매체담당자 등 400여명을 초청해 브라질 월드컵 광고판매 설명회를 개최했다.
광고 수익 못지않게 방송사 이미지 제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일례로 김연아의 시니어 무대 데뷔 때부터 국제빙상연맹의 피겨 경기를 중계해온 SBS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과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그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MBC도 지난해부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채널 이미지에 긍정적 효과를 봤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함께 가장 큰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다. 방송사 입장에서 월드컵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도약대다. 이는 향후 시청률 싸움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전설'(SBS 차범근) vs '2002 신화'(MBC 안정환 송종국, KBS 이영표) 대결구도, 승자는?
중계전쟁의 선봉장은 중계단이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방송사마다 성적표가 갈린다. KBS가 아나운서국의 반발에도 프리랜서 전현무를 캐스터로 영입하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전설' 대 '신화'의 경쟁구도로 짜여졌다. 한국축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이 그라운드 대신 마이크 앞으로 옮겨와 '입씨름'을 펼친다.
SBS는 관록의 차범근 해설위원을 내세웠다. 차범근은 해설위원으로서 이번 대회가 벌써 4번째 월드컵이다. 2002년과 2006년 MBC에서 활약하며 MBC에 '월드컵 채널'이란 영예를 안겼고, 2010년 SBS로 옮긴 뒤엔 배성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 명품 중계를 선보였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 국내 프로 축구팀 감독을 거친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에 맞서 MBC와 KBS는 '2002 신화'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 2010년에 중계권을 갖지 못해 차범근을 놓친 MBC는 이번에 안정환과 송종국으로 해설진을 꾸렸다. 스포츠 캐스터로 명성을 쌓은 김성주를 2006년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캐스터 자리에 앉혔다. 한국전에 함께 나서는 세 사람은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통해 남다른 인연을 쌓았다. 덕분에 대중적 친밀도과 호감도가 높다. 무엇보다 MBC는 수비수 출신 송종국과 공격수 출신 안정환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해설위원 역시 2002년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경험을 살려 전문성과 현장성을 고루 갖춘 해설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KBS는 2002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를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잡은 조우종 캐스터가 옆 자리에 앉는다. MBC와 KBS는 SBS의 차범근을 견제하며 '중계의 세대교체'를 홍보하고 있다. '차붐'을 넘어서기 위해 양사의 해설위원을 상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교차로 출연시키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 3사 예능 프로 총동원 중계단 띄우기
방송 3사의 중계단 홍보전도 뜨겁다. MBC가 가장 적극적이다. 김성주, 송종국, 안정환을 활용한 마케팅이 눈에 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한라산 등반 이벤트를 가졌다. 28일 열리는 대표팀의 최종 평가전을 앞두고 27일에도 간담회를 열어 김성주-송종국-안정환 '3인 중계' 효과를 적극 알렸다. 자사 예능 프로그램인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세 사람을 출연시키기도 했다. 안정환과 송종국이 펼친 은근한 신경전과 유쾌한 입담 덕분에 월드컵 홍보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아빠 어디가' 활용법도 흥미롭다. 김성주와 아들 민국-민율이 월드컵 중계 놀이를 하는 내용의 스팟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다. '아빠 어디가' 팀도 브라질행을 준비 중이다. '무한도전'의 월드컵 응원전 프로젝트, '아이돌 풋살 월드컵', '월드컵 최종 평가전 응원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반면 SBS는 느긋한 편이다. 이제서야 조금씩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배성재 캐스터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브라질 편에 출연했고, '런닝맨'은 최근 박지성 선수와 함께 월드컵 특집 녹화를 진행했다. 30일에는 중계단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KBS는 '우리동네 예체능' 팀이 월드컵 특집을 진행 중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과 길환영 사장의 퇴진 문제로 보도국의 보직 간부들이 사퇴한 데 이어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스포츠국 간부들이 보직을 내려놨다. KBS노조(1노조)와 언론노조 소속 새 노조의 연대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자칫하면 중계를 못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