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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 20세, 프로 2년차. 넥센 히어로즈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는 항상 씩씩하고 당차보인다. 아직 앳된 소년의 얼굴인데 좀처럼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대선배들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면서 편하게 다가간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목동구장 이장석 구단 대표 방에 찾아가 "대표팀, 용돈 좀 주세요"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오른손 타자가 나오면 사이드암, 왼손 타자가 나오면 오버핸드로 던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사이드암으로 고정을 했다. "위에서 던지는 것보다 아래에서 던질 때 공이 더 좋더라고요." 명쾌한 이유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3승4패7홀드(평균자책점 3.12), 올해 5승1세이브27홀드(평균자책점 3.21). 출전 경기수도 43경기에서 69경기로 늘었고, 프로 2년차에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제 히어로즈 필승조의 핵, 주축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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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운동화빨래방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누나에게 한현희는 자랑스러운 아들, 자랑하고 싶은 동생이다. 웬만한 단골들은 운동화빨래방집 아들이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라는 걸 알고 있고, 격려를 해준다고 한다. 한현희는 "가게에서 부모님이 야구중계를 틀어놓고 보시는데, 손님들이 왜 롯데 야구를 안 보고 넥센 경기를 보느냐롤 물어본다네요. 그때마다 제 얘기를 하시는 거죠"라며 웃었다. 부산 원정경기는 물론, 마산, 대구경기까지 빠짐없이 관중석에서 지켜보시는 부모님이다.
지난해와 올시즌 무엇이 달라진 걸까. 우선 공의 스피드가 올라갔다.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는 최고 150km까지 찍었다. 평균 140km 중후반을 기록했다. 그는 "150km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집중해서 던지니까 그 정도 스피드가 나온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지난해에 비해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고, 하체를 활용하는 피칭을 하자 속도가 붙었다. 언더핸드스로 투수 출신인 이강철 수석코치, 최상덕 투수코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막 던진 것 같고. 올해는 생각을 하면서 던진 걱 같아요." 경험이 한현희를 더 힘있는 투수로 만들었다.
2연승을 거두고도 3연패를 당하면서 무너진 준플레이오프. 이장석 대표는 시즌 종료 후 인터뷰에서 "내 마음의 MVP는 한현희"라고 했다. 그만큼 한현희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1,2차전 때는 별로 안 좋았는데, 3,4,5차전 까지 점점 공이 좋아졌다는 게 한현희의 자평이다. 그는 "송신영 선배님이 시즌 중에 합류한 후 싱커를 가르쳐 주셨어요. 그 전에는 싱커를 전혀 던지지 않았거든요. 정규시즌이 끝나기 한달 전 부터 왼손 타자에게 사용했는데 잘 통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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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간계투, 내년에도 비슷한 보직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투수의 최종 목표는 선발투수. 그런데 한현희는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제게 역할을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게 제 일입니다. 저는 길게 보고 생각하는 스타일입니다"고 했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는 삼성 라이온즈 박선민과 롯데 자이언츠 장성호. 한현희는 "박석민 선배님이 치면 타구가 쫙쫙 뻗어나가니까 겁이 나요. 장성호 선배님은 제 공에 타이밍이 잘 맞나봐요. 올해 참 많이 맞았어요"라고 했다.
'현희'는 돌림자 '희'를 딴 이름. 이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가 또 있다. KIA 타이거즈 재활군 트레이닝 코치로 있는 있는 투수 출신 곽현희 코치. 한현희는 "곽 코치님이 현희라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며, 잘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라고 웃었다.
현재 체중 94kg.인터뷰를 마친 한현희는 지난해 처럼 시즌 개막 전까지 83kg에 맞추기 위해 몸 만들기를 시작했다며,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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