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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포스트시즌이다. 기자들도 흥분된다. 기자이기 이전에 가장 가까이서 보는 야구팬이다. 피끓는 현장, 잠시 이성을 내려놓은들 어떨까. 철저히 팬의 눈으로 쓰는 예상평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형평성 없이 어떻게 이런 기사가…'하고 지레 분개할 필요는 없다. 철저히 편파적인 예상평은 양팀 입장에서 각각 나간다. 이제부터 기자와 손 맞잡고 함께 씹고 뜯어 보자. 팬과 공감하는 편파 전망, 용감한 예상평이다. <편집자주>
삼성이 2연승하자 야구팬들이 난리가 났다. 예상대로 이번 한국시리즈가 뻔하고 싱겁게 됐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팬들의 불평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 한국시리즈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쪽은 누구인가. 삼성과 SK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SK가 좀더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1,2차전에서 SK는 무기력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과 비교했을 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투타 모든 면에서 SK가 달렸다. 24일 1차전은 SK가 비록 1대3으로 졌지만 선방한 경기였다. 25일 2차전은 처참했다. SK 선발 마리오가 초반 무너지면서 3회에만 6실점했다. 팬들은 삼성이 초반 대량 득점하자 경기에 흥미를 잃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답답한 SK 타선에 더이상 기대할 건 없을 것 같다. 침묵의 연속이다. 정근우가 6회 솔로 홈런 한방 친 게 전부였다. 8회 2득점한 건, SK가 잘 했다기보다 삼성의 실책이 컸다. 이만수 SK 감독은 4번 타자 이호준 자리에 이재원, 유격수 박진만 대신 김성현을 선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감독의 용병술은 실패작이었다. 이재원 김성현 둘 다 기대이하였다. 차라리 경험이 풍부한 이호준과 박진만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것만 못 했다.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던 이만수 감독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간 걸까. SK는 야구팬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삼성과 적어도 대등하게 붙어줘야 시리즈가 시리즈다워진다. 삼성은 7전 4선승제에서 먼저 2승했다.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다수의 팬들은 한국시리즈가 삼성의 4연승으로 조기에 끝날 것 같아 걱정하기 시작했다. SK의 우승 가능성은 멀어졌다. SK는 재미있는 시리즈를 위해 젖먹던 힘까지 다해야 한다. SK의 분발이 절실하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SK편에서)
삼성이 대구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아갔다. 지난해도 삼성은 대구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이유가 있다. 긴장감의 차이다.
SK의 모 선수가 2차전을 앞두고 "전혀 한국시리즈 분위기가 안 난다. 그냥 페넌트레이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했었다. 대구구장은 올시즌 치른 63경기 중 매진만 14차례 기록했고, 평균관중이 8140명으로 좌석 점유율이 81.4%나 된다. 1만명이면 꽉 차는 작은 구장이기 때문이다. 문학구장의 2만7600명이나 잠실의 2만6000명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문학구장과 사직구장의 열광적인 응원을 들으며 경기를 했던 SK 선수들이 대구구장에서 경기를 하니 오히려 허전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큰 경기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어려운 경기도 극적인 승리로 이끄는 SK 선수들이 긴장감이 풀어지며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은 1,2차전이 처음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지만 이미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른 SK는 달랐다. 다시 한번 대구의 삼성팬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좋은 구장에서 더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이 2연승을 하며 우승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상대가 SK이기 때문에 낙관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07년 SK는 두산에 2연패를 한 뒤 4연승을 하며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2연패를 먼저 하고 우승을 한 경우는 그때가 유일했다. SK는 역전승에 강하다. 이번 PO에서도 1승2패 후 4,5차전을 승리하지 않았나. 야구장이 떠나갈 듯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문학구장에서는 SK 선수들의 플레이도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