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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현 "연애 9번? 웃겨 보려다가 일이 커졌네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3-25 13:08 | 최종수정 2012-03-26 08:15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술렁술렁… 소곤소곤… 쑥덕쑥덕…." 가벼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편집국의 분위기가 일순간 들뜨기 시작했다. 한창 마감으로 바쁜 시간이었지만 일손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한곳으로 쏠렸다.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궁궐 여인들의 볼을 빨갛게 물들였던 '해를 품은 달'의 훤처럼, 인터뷰실에 들어서는 김수현의 주변에서도 드라마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아직은 일상을 즐길 시간이 없어서 인기를 실감하진 못해요. 촬영장으로 찾아오는 어머니 팬들이 좀 늘었다는 것 정도?"라며 쑥스러워했지만, 김수현은 안방극장의 현빈, 뮤지컬계의 조승우와 비교되는 '대세 중의 대세'다. "아이고, 아직 이릅니다"라며 주춤 물러서는 '숙맥' 같은 모습도 혼자서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훈훈하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웃을 때도 화낼 때도, 훤은 아팠어요

'해품달 열풍'은 곧 '김수현 신드롬'이었다.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해품달'의 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오죽하면 '훤앓이'가 아니라 '수훤앓이'라고 했겠는가. 하지만 처음엔 '가상의 왕' 캐릭터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아 김수현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원작소설을 파고들었지만, 캐릭터를 제 안으로 넣었다가 다시 꺼내려니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창천항로'라는 만화책이 떠올랐어요. 조조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삼국지인데, 조조와 훤이 가진 매력이 비슷해서 초반에 도움을 받았어요. 이후엔 점점 훤이 되어갔고요." 김수현이 훤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달아놓은 추는 바로 '아픔'이었다. 독할 때는 그 안에 아픔을 숨기고, 슬플 때는 아픔을 드러내고, 사랑할 때는 아픔을 다독이면서 말이다. "여진구의 어린 훤이 밝고 활발하다면, 어른 훤에게선 아픔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시청률 40%를 찍어놓고선, 전교 1등이 엄살부리듯 괜한 걱정이다.


형선-운검과의 호흡, 정말 짜릿했죠

'해품달'에서 가장 사랑받은 '삼각관계'가 바로 훤, 형선, 운검의 조합. 훤과 연우의 로맨스 못지 않게 가슴 떨렸다는 팬들도 많다. 얘기만 꺼내도 빙긋 웃으며 목소리가 커지는 걸 보니 김수현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다. "항상 같이 붙어 있었기 때문인지 정은표 선배님과 송재림 형은 제게 정말 같했어요. 두 분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죠. 혼자서는 몰입이 잘 안 되다가도 형선, 운검과 눈빛만 마주치면 바로 감정이 잡히더라고요. 어디에 있든 서로가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어요." 셋의 끈적한 호흡은 카메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형선이 촬영소품인 상소문으로 훤의 어깨를 딱딱 두들겨주면 훤이 '이것의 용도는 안마기인 게로구나'라고 화답하고, '대체 여기엔 뭐라고 써 있는 것이냐'라고 훤이 물으면 운검이 '사용설명서'라고 냉큼 받아치는 식이다.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이지만, 촬영을 하는 동안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김도훈 PD의 마지막 '컷' 소리에 펑펑 울어버린 것도 그런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서였다.


내 개그는 비방용, 연애 9번은 오해예요

사랑도 정치도 모두 잘하는 '완벽남' 훤처럼 실제 김수현도 연기는 물론 수준급의 노래실력까지 못하는 게 없다. 그가 부른 '해품달' OST는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하지만 영 신통치 않았던 훤의 가야금 연주처럼 김수현도 하나쯤은 못하는 게 있지 않을까? "노래도 앨범 활동하기엔 터무니 없고, 춤도 못 추고, 능숙하게 다루는 악기도 없어요. 아직 더 노력해야 하는 단계라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사실 그것 때문에 약간 주눅든 상태예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연애 9번 했다"고 말한 적도 있으니 적어도 '연애'는 잘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한숨을 푹 내쉬며 손사래를 친다. "잘못된 말장난에서 비롯된 '실패한 재치'랄까요? (웃음) '연애를 10번 이상 해봤다'란 질문에 X란 답을 내놓고는 웃겨보려고 '9번?'이라고 토를 달았는데 그만 일이 커졌네요. 제 개그코드가 좀 비방용인가 봐요. 실제론 중고교 시절 첫사랑에게 고백도 못해봤는데…. 실제 연애 횟수는 노코멘트 할래요. 또 일이 커지면 어떡해요. (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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