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휘발유 첨가제 MTBE 수질오염 주범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50분
`공기냐 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미국에서 자동차 연료용 휘발유의 첨가제로 개발된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메타놀성분의 휘발유 첨가제)가 휘발유의 연소를 도와 대기오염을 현저하게 줄였지만 수질을 오염시키는 치명적인 화학물질로 밝혀져 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AP와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수질관리 공무원들은 대기 오염 방지를 위해 개발돼 사용되는 이 휘발유 첨가제를 엄청난 재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휘발유 첨가제는 특히 물에서 전파력이 강해 한 숫가락의 적은 양으로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단번에 오염시킨다. 최근 주유소의 지하탱크에서 새나간 이 휘발유 첨가제 때문에 우물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정화를 위해 수백만 달러가 투입되고 엄청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미국 전역이 `MTBE몸살'을 앓고 있다.
"휘발유에 MTBE가 들어 있는 한 미국의 지하수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그것은 악마같은 화학제품"이라고 MTBE 때문에 34개의 우물중 12개를 폐쇄한 사우스 타호 지역의 수질관리 공무원 데니스 코킹씨는 말했다.
MTBE에는 심각한 두가지의 특징이 있다. 고율의 용해성으로 인한 빠른 전파력과 변하지 않는 내구성이 바로 그것. 10억 갤런의 물에 5갤런만 섞여도 송진 냄새와 유사한 MTBE 냄새가 난다고 한다.
클린턴 대통령에게 MTBE의 즉각적인 생산중지 조치를 요구한 미국 수질연구협회의 더그 마사노씨는 "이 물질이 미국 50개주 전역의 수계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심지어는 미국 최고의 전원지역으로 꼽히는 몬타나주의 로난, 위스콘신주의 스프링 그린 등지도 MTBE에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이뤄진 MTBE에 관련된 연구에 의하면 이 물질은 쥐의 간과 신장에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전혀 연구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90년 제정된 대기정화법에 따라 연방당국이 주요 대기오염 지역 별로 휘발유의 산화를 돕는 첨가제를 점진적으로 사용할 것을 명령했다. 그 첨가제중 하나가 MTBE였고 대기오염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본 것으로 밝혀져 미 전역에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대기오염 방지효과를 발휘하는 상품으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알코올로 만든 에타놀 성분의 첨가제가 있으며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에타놀 지지자들은 이 제품이 전혀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MTBE 생산회사들은 이의를 제기해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정유회사들에 의해 개발된 MTBE는 휘발유에 섞이면 산소량을 늘리기 때문에 악시지네이트(Oxygenate)로 불려왔으며, 휘발유의 옥탄가를 높이고 납성분의 배출을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의 정유회사들은 MTBE 1000cc당 1000원의 추가부담 때문에 이 휘발유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유소에서 시판되는 일부 엔진세정제에 함유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석광인 기자 kisu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