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영화속사랑 꿈꾸는 소시민 이야기
기사입력 1999년 01월 08일 14시 58분
키는 작고 안경을 낀 꾀죄죄한 한 소시민이 멋진 사랑을 꿈꾸며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한편이 관객들을 웃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극단 실험극장이 서울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지난 6일 개막한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이 그것.
한국인 입양아인 순이와 결혼, 세상을 놀라게 한 미국의 작가 겸 영화감독인 우디 알렌의 희곡을, 코미디 연출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온 김성노가 무대형상화했다.
여자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고 절절매는 한 남자가 자기 만의 상상속에서 펼치는 공상연애 판타지 연극이다.
대학에서 쫓겨나 영화잡지에 글을 투고하고 영화만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알렌. 결혼 2년 만에 이혼하고 혼자가 된 그는, 언젠가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과 멋진 연애를 하듯 그런 사랑을 꿈꾼다.
실제 험프리 보가트는 고비나 갈등 때마다 유령으로 나타나 그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는 많은 여자를 만나지만 결국 자신의 친구인 딕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알렌에게 진정한 사랑의 눈을 뜨게 해준다.
이후 알렌은 새로운 여자 바바라를 만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은 왠지 성공할 것같은 예감을 주면서 막이 내린다.
연출가 김성노는 우디 알렌의 의도를 놓치지 않고 시종일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 속에서 관극할 수 있도록 빠른 템포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면서 코미디의 맛을 잘 살려냈다.
여기에 오랜만에 실험극장으로 돌아온 주인공 알렌역의 강태기는 퇴장 한번 없이 1시간 40분 동안 극을 재미있게 이끌어 갔다.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연극으로 복귀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녹슬지 않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여기에 실험극장의 단원인 린다역의 차유경은 차분하고 내면적인 연기를, 딕크역의 김인수는 신선한 활력, 험프리 보가트역의 남우성은 악동같은 해결사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젊은 배우들인 정은영 서민정 곽성은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했다. 2월 28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7시. (02)764－5262
[박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