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매거진] 프로야구 PS 방담...SK 감독 '빨간 유니폼'의 비밀

기사입력 2007-11-06 09:22

　프로야구 한해 농사의 가을걷이격인 포스트시즌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한 경기, 한 경기 페넌트레이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계속되는 3주간의 포스트시즌은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코나미컵과 올림픽 예선으로 시즌은 끝났어도 야구는 계속되는 올겨울 스토브리그. 막 지나간 포스트시즌을 못다했던 이야기로 정리하면서 숨가쁜 일정 속에 잠시 쉬어가는 자리를 마련했다. < 야구부>

점퍼안 '빨간 유니폼'의 비밀…

'징크스 신봉자' 김성근감독 홈서 원정 상의 입어
롯데 새사령탑 '김응용 내정설'에 기자들 화들짝
　"우승할 수만 있다면…"　SK 김성근 감독이 지난 10월29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문학구장에서 열린 홈게임이었지만, 김감독은 점퍼 안에 빨간색 원정 유니폼 상의를 받쳐입고 있었음이 현장 사진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모두 징크스 때문이었다.
　★…SK 김성근 감독은 징크스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여지없이 크고작은 징크스 관련 에피소드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었던 6차전이 홈경기였는데도 불구하고 홈에서 두산에 약했다는 이유로 원정유니폼을 입었던 것은 알려졌지요.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더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옷에 관련된 징크스는 또 있습니다. 1, 2차전에서 두산에게 완패한 후 김 감독은 입던 유니폼을 모두 처분하고 새로운 유니폼을 받아서 입고 3차전에 나섰습니다. 게다가 4차전 리오스와의 재대결 때는 2006년 지바 롯데가 우승했던 날 입었던 속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답니다. 이쯤되면 1차전에서 지고 난 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데 난 안 움직이는 것 같아 문학구장에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지길래 바로 그만둬 버렸다" 정도의 징크스는 순위에도 못 들 정도네요. 게다가 이런 김 감독의 징크스를 프런트도 이어받은 듯 홍보팀의 몇몇 직원들은 3차전 승리 때 입은 옷에 오물이 묻었는데도 불구하고 6차전까지 계속 입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SK가 우승하기 위해서 또 어떤 징크스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끝나버려 울 틈 없었다"

　★…첫 경험이란 짜릿한만큼 무언가 놓치는 것이 많기도 합니다. 김성근 감독은 '눈물'을 놓쳤답니다. 명장의 반열에 일찌감치 올랐으면서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그 누구보다 원했던 김 감독은 "우승이 결정되면 분명히 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지난달 31일 와이드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런데 결국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김 감독은 "선수들이 울 틈을 안 주더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점점 그(우승) 순간이 다가와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갑자기 정대현이 안타를 맞더니 실점을 하더라. 급히 로마노, 김광현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하고 있는데 그 새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경기가 끝나버렸다. 울 틈이 없었다"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삼성사장 때려치고 롯데감독? 허, 참…
　★…SK와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엉뚱하게도 삼성 김응용 사장의 롯데 감독 취임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두산 리오스와 SK 김광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 10월26일 4차전이었습니다. 경기 직전 김응용 사장이 롯데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풍문을 접한 본지 기자들이 화들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야구인 출신 첫 CEO가 된 김응용 사장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면 이는 한국시리즈 결과와는 또다른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지요. 때문에 경기는 뒷전이고 이 사실을 확인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일단 김응용 사장은 부인했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다. 만약 그 소문대로 기사를 쓴다면 당신이 바보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본인이 워낙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아무래도 찜찜하더군요. 결국 7회가 진행될 무렵 '김응용 롯데 감독설'은 처음 농담에서 비롯된 얘기가 야구인들의 입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확대된 루머였다는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김응용 사장이 롯데 감독을 맡는게 나쁠 것도 없겠다"는 반응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희 기자들에게 한국시리즈까지 뒷전으로 미루게 했던 '김응용 감독설'의 내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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