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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KT의 등장, 이사회 철옹성 무너뜨릴까?

기사입력 2012-11-07 07:57


말 그대로 공룡이 등장했다.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KT가 프로야구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몇몇 논리를 앞세워 신생 구단 창단에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던 이사회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KT와 경기도, 수원시는 6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KT와 MOU(업무협약)을 맺은 경기도와 수원시는 앞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KT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에 일조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는 동시에 2015년 1군 데뷔를 목표로 한 창단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KT의 10구단 창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전라북도와의 경쟁에 앞서 우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각 구단 사장과 KBO 총재로 이뤄져 있는 이사회는 지난 6월 10구단 창단 안건을 무기한 연기했다. 선수협과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10구단 창단과 관련된 업무를 KBO에 일임하며 뒤로 물러섰다. “연내에 다시 논의한다”라는 두루뭉술한 논리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이사회의 태도 변화가 없는 이상 10구단 창단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이사회다. KBO로서도 이사회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표결을 붙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번 부결되면 현실적으로 안건을 재상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등장은 기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일단 KT라는 기업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201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순위에서 KT는 11위(자산기준)에 올랐다. 자산총액만 약 32조 원이고 매출액은 2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두산(12위)보다 더 덩치가 크다. 규모·자금력, 그리고 KBO의 창단기업 자격기준 등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 이석채 회장도 “10구단이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이런 KT 앞에서 그간 이사회 일부에서 일었던 ‘적자논리’는 무색해졌다. NC소프트의 9구단 창단 당시 일부 사장들은 “프로야구가 적자사업인데 NC소프트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는 불안한 시선을 내비쳤다. 그러나 KT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기업이다. 적어도 ‘돈’ 때문에 반대할 근거는 사라진 것이다.

KT 자체의 노력이 이사회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대다수 구단들은 10구단 창단에 부정적이다. 이런 태도는 구단 내부의 의사가 아닌 실질적인 오너들의 의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KT는 그런 오너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설득할 힘이 있는 기업이다. 기존 구단으로서도 거대기업인 KT와의 신경전은 꺼릴 수밖에 없다.

현재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10개 구단 체제 시기상조론’과 ‘창단 주체 기업의 안정성’이다. 하지만 첫 번째 논리는 9구단 창단으로 힘을 잃었다. 현장에서는 홀수팀 체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KT는 남은 두 번째 논리를 깨뜨릴 유용한 카드다. KT라는 공룡의 등장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10구단 창단 전선이 확대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미 있는 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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