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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시즌 흥국생명은 블로킹 시스템이 정말 좋다. (마르셀로)아본단자 감독이 꿈꾸던 조직력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
흥국생명은 개막 14연승을 질주중이다. 현대건설이 세웠던 15연승(단일시즌 기준, 2021~2022, 2022~2023시즌) 기록 경신이 눈앞이다.
리베로들 틈에서 2위에 올라있는 리시브도 압권. 외국인 선수 투트쿠의 다소 부족한 파괴력에도 흥국생명이 선두를 질주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매 시즌 상수인 김연경이 전부는 아니다. 타 팀 사령탑들 역시 "김연경에게 줄 건 주고 다른 선수를 막아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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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흥국생명에는 또 하나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 바로 압도적인 블로킹이다.
세트당 2.75개로 블로킹 부문 전체 1위다. 개인 블로킹 톱10에도 투트쿠(3위) 피치(5위) 김수지(10위)까지 3명이 올라있다. 블로킹 1~2위(이다현 양효진)를 모두 보유한 현대건설(세트당 2.51개)보다 팀 블로킹이 더 많다.
단순히 투트쿠(1m91) 김수지(1m88) 피치(1m83) 김연경(1m90)으로 이어지는 장신 군단의 힘만은 아니다. 배구계에서는 "흥국의 블로킹은 특별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자배구에선 공격 방향이 완전히 노출된 하이볼이 아니면 3인 블로커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다르다. 수시로 3명의 블로커가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고, 빈 자리를 지키는 수비 조직력도 충실하다. 상대 범실의 효과도 크다. 현대건설 이다현은 "첫 볼의 위치에 따른 블로커의 움직임, 수비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는 승부처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어려운 볼을 살려내고, 에이스(주로 외국인 선수)가 반격에 성공했을 때 경기의 흐름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반면, 힘겹게 올린 공이 가로막혔을 때의 허탈감은 한층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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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흥국생명은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이미 구단 기록이던 13연승은 넘어섰다. 하지만 일정이 절묘하다. 17일 3위 정관장을 상대로 연승 타이 기록, 20일 2위 현대건설을 상대로 신기록에 도전한다.
두 팀 모두 흥국생명 못지않은 파워와 저력, 블로킹을 두루 갖춘 팀이지만, 성향은 조금 다르다. 정관장은 올해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를 아웃사이드히터(OH)로 활용하는 리스크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고희진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성공했다. 1m98의 부키리치가 안정감을 찾으면서 부키리치-메가라는 위력적인 좌우 쌍포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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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역시 세트당 평균 2.41개로 블로킹 부문 3위를 기록중이다. 앞서 흥국생명에게 2경기 모두 패했지만, 염혜선과 메가가 각각 1경기씩 결장했다. '완전 전력'으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시즌 잠재력을 터뜨린 흥국생명 정윤주의 경우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에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진 김연경-신연경의 역대급 리시브 라인이 정윤주의 약점을 잘 커버했다. 리그 최고의 강서브를 자랑하는 정관장이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얼마나 흔들지가 관건이다.
정관장은 일찌감치 인천으로 올라와 흥국생명전을 준비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특정 팀 맞춤 훈련 같은 건 따로 없다. 매 경기 똑같다"며 평정심을 강조했다. 이어 "배구는 무승부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승리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기왕이면 팬들이 좋아할 만한 명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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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슈도 있다. 15일 도로공사전에서 정지윤이 부상을 당했다.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훈련에 지장이 있을 전망. 앞서 부상으로 빠진 주전 리베로 김연견의 흥국생명전 출전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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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우리 기록이 몇년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미소지은 뒤 "구단 입장에선 그런 기록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 정관장이 막아주면 좋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신기록 만큼은 막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