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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프로배구 구단들의 선수 소개는 천편일률적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맞춰 선수들이 소개됐다. 무미건조했다. 무엇보다 홈팀 선수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원정팀 선수 소개는 빠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마케팅 고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부터 틀을 깼다.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매 홈 경기 오프닝을 올스타전 버금가게 변신시켰다.
프로젝션 맵핑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비중 높게 활용되기도 했다. 가로 9m, 세로 18m의 코트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살아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캐피탈이 가장 중점을 둔 건 시각적 효과를 뛰어넘은 상대 팀에 대한 존중이었다. 상대 팀 로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얼굴 이미지와 이름까지 전광판에 띄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 당시 오프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번 월드컵에선 양 국가 국기를 시각디자인화해 멋진 오프닝으로 극찬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부터 업그레이드 된 오프닝을 예고하고 있다.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는 만족감이다. 가장 먼저 팬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기획자도 만족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캐피탈은 유관순체육관을 팬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영화관 콘셉트로 편안하게 누워서 관람할 수 있는 존을 만들고 10년 전부터 VIP석을 없애고 그 자리를 팬들에게 돌려줬다. 최적의 관람석에 구단 VIP들이 우글대는 타구단들과 비교되는 대목. 기업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프로스포츠 종목 존재의 이유인 팬과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권위도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현대캐피탈 수뇌부의 유연함이 '마케팅 고수집단'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수뇌부의 생각이 열려있으니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마음껏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현실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이 밟는 길은 타 구단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이젠 마케팅 리딩 구단으로써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급이 다르다. V리그 타 구단들은 시샘 대신 '벤치마킹'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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