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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룰은 간단하다. 세트당 25점을 먼저 내면 이긴다. 물론 듀스일때는 조금 상대팀보다 2점을 더 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팀의 공격수들이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든 토종 선수든 득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득점 순위와 팀순위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득점 순위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그 팀의 순위는 높다. 이른바 '득점 순위와 팀순위의 정비례론'이다.
외국인 선수와 달리 왜 토종 선수 득점은 팀순위에 크게 기여를 못하는 것일까. 토종 선수가 잘한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가 제대로 못한다는 뜻이다. 올 시즌 문성민이나 지난 시즌 전광인이 딱 그런 케이스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아가메즈는 몸상태가 좋지 않다. 공격 성공률은 지난 시즌 52.32%에서 50%로 떨어졌다. 세트당 득점도 지난 시즌 8.01점에서 5.69점으로 급락했다. 그만큼 문성민의 공격 부담이 늘어났다. 문성민은 자기 나름대로 분전하며 팀의 공격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사적인 능력에서 외국인 선수를 따라갈 수가 없다. 아가메즈가 제 역할을 못해주면서 현대캐피탈은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 역시 외국인 선수 농사를 망쳤다. 밀로스를 데려왔다가 부상으로 제대로 쓰지 못했다. 시즌 중반 비소토로 교체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자연스럽게 전광인에게 공격이 몰렸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은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 대목에서 '토종 선수 득점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외국인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절대 최강 삼성화재가 대표적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4시즌동안 외국인 선수 득점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박철우는 토종선수 득점 순위에서 3위권 밖을 맴돌았다. 올 시즌에는 OK저축은행이 이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몬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팀의 고공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토종 거포가 초라해지고 외국인 선수 농사에 시즌이 좌지우지되는 것. 한국 배구의 현실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