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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차등승점제, 팬은 '환호' 선수는 '곤욕'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1-15 14:55


삼성화재 용병 가빈 슈미트가 상무신협의 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왜 삼성화재가 6승인데 승점 18이 아니예요?"

요즘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들은 이같은 팬들의 문의전화를 자주 받는다. 한국 프로배구는 이번 시즌부터 새 옷을 입었다. 순위 산정방식을 기존 승수제에서 차등승점제로 변경했다. 즉, 세트스코어 3대0 혹은 3대1 경기는 승리팀에게 3점, 패배팀에게 0점, 3대2 경기는 승리팀 2점, 패배팀 1점이 주어진다. 국제배구연맹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세계에선 한국과 이탈리아 리그에만 적용되어 있다.

올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방식이다보니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팬들은 다소 혼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재미 증가'란 도입 목적은 시즌 초반 제대로 달성한 듯 보인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풀세트 접전이 많이 연출되면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반대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싱겁게 끝나는 경기는 줄었다. 지난시즌 10차례에서 7차례로 줄었다. 올시즌 남자부에서는 1라운드 21경기 중 6차례의 풀세트 경기가 펼쳐졌다. 지난시즌 같은 기간(3차례)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여자부에서는 지난시즌 1라운드 12경기 중 풀세트 경기가 한 차례뿐이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15경기 중 5차례나 풀세트 접전이 벌어졌다. 팀별로는 남자부 대한항공(6경기 중 4경기)과 여자부 도로공사(5경기 중 3경기)가 가장 자주 풀세트 경기를 치렀다.

이런 현상은 두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다소 전력이 뒤쳐지는 팀들이 꼭 승리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세트를 따내면 지더라도 승점 1을 얻기 때문이다. 승점 1은 시즌 막판 순위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둘째, 전력 평준화다. 남자부에선 2강으로 꼽히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최약체 상무신협을 제외하고, 4개팀의 전력이 엇비슷하다. 여자부의 경우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독주를 달리던 현대건설도 KGC인삼공사에게 1대3으로 패했다.

재미있는 경기는 관중 증가의 효과로 이어졌다. 1라운드 관중은 지난해 5만455명에서 5만4611명으로 8% 증가했다.

반면 선수들에게는 곤욕이다. 크게 앞서 있다고 주전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고, 집중력 저하로 2세트를 잃으면 승점 1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시즌 막바지로 갈 경우 체력 저하의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팬들은 즐겁지만, 선수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 만만치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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