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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주머니 밈, 김태우 밈, 수면쿵야 밈, 붕어빵 밈…"관심 감사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은 '세계 최고의 궁사'가 아닌 '아빠'로서의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9일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우진은 '양궁과 양육 중 뭐가 더 어렵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육아가 더 힘들다"고 답했다.
새 역사를 쓴 '최고 궁사'도 24개월이 막 지난 아들 앞에서는 어쩔 줄을 모르겠단다.
김우진은 "내가 쏜 화살이 어디로 갈지는 대충 알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국제 대회 참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생활 등으로 실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연중 2∼3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우진은 "쉴 때는 가족과 어디라도 다녀오려고 한다. 아이와 놀이터에 나가거나,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빠 운동선수의 삶'을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궁사 김우진도 징크스가 있다.
김우진의 화살 12개엔 1부터 13까지의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죽을 사(死)를 떠올리는 '4'를 뺐기 때문이다.
밥은 절대 국에 말아 먹지 않고, '비벼 먹는' 비빔밥도 금물이다.
비슷한 이유로 묵사발도 피한다.
경기 중엔 절대 빵도 먹지 않는다.
김우진은 "예전 한 대회에서 시합 도중 휴식 시간에 빵을 먹었다. 지나가는 선배가 '빵 먹으면 빵점 쏜다'고 하셨는데, 진짜 빵점을 쐈다"며 '빵 징크스'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5개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 대표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온라인에서는 김우진,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과 관련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열풍이다.
밈의 개수는 곧 인기와 관심의 척도다.
김우진에겐 양궁 주머니 밈, 김태우 밈, 수면쿵야 밈, 붕어빵 밈 등 재미있는 영상이 따라다닌다.
김우진의 활약 영상에는 '차은우와 김우진은 취향 차이', '잘생겼는데 양궁까지 잘한다', '외모, 실력, 메달 다 가진 남자'라는 댓글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연도별로 커지는 김우진의 체형을 두고는 '나날이 쌓여가는 양궁 실력 때문'이라는 뜻으로 '양궁 주머니' 밈이 만들어졌는데, 김우진은 "양궁 주머니 밈을 알고 있다. 세월의 힘인 것 같다. 살을 빼보도록 하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수 김태우와 닮았다는 '김태우 밈'에 대해서는 "많이들 닮았다고 하시더라. 기회가 된다면 만나 함께 사진을 찍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태우의 히트곡 '사랑비'를 같이 부르지는 못할 것 같다. 노래 실력은 자신 없다. 이미 흑역사가 많다"고 민망해했다.
김우진이 활을 쏠 때 분당 70∼80회의 평온한 심박수를 유지한다는 의미의 '수면쿵야 밈'에 대해서는 "잠자면서 쏘는 것 같다고들 하시는데, 사실 마음속에선 거대한 파도가 일렁인다"고 고백했다.
아들과 똑같이 생겼다는 '붕어빵 밈'에 대해서도 "팥붕(어빵)이니 슈붕(슈크림붕어빵)이니 말씀하시는 걸 알고 있다"며 "양궁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메뚜기도 한철'이라며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양궁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 때마다 인기를 크게 얻지만, 그 외에는 관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우진은 "아무래도 제약이 있다 보니 일상 스포츠로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저변이 확대돼서 양궁도 누구나 접하기 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된다면 계속해서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