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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전·현직병무청장의 예술·체육요원 제도 재검토 언급 이후 체육 현장의 논란이 다시 뜨겁다.
이기식 전 청장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충역 제도 개정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병역특례) 제도는 도입할 당시와 비교해 시대환경, 국민인식, 병역자원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정부는 국방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구성해 병역특례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에 마련,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병역 수장의 발언에 파리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스포츠 현장은 발칵 뒤집혔다. 현행 병역법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선수는 '체육요원' 자격을 얻는다. 기초군사훈련과 544시간의 관련 분야 봉사활동을 이수하고, 자신의 해당 특기분야에 34개월 복무하면 군 복무 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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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 제기된 일부 방만한 프로선수들을 겨냥한 폐지 논란은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인구절벽' 시대상과 맞물려 4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의 경우 상대 경기력이 떨어져 손쉽게 금메달을 딴다는 지적이 불거졌고, 무엇보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 자원' 급감은 심각한 안보 위기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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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선수, 지도자들이 이 전 청장의 발언을 공유하며 반발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이분법으로 가르는 시각, 1970년대에나 쓰던 '사회체육'이라는 용어에 대해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하는 한편 무엇보다 파리올림픽을 두 달여 앞둔 시기,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인원인 150여명의 '초미니' 선수단이 현실이 된 시점에서 나온 발언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스포츠 수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파리올림픽 금메달 4~5개, 세계 15위권"을 예상한 가운데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급감'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급감'도 문제라는 것. 메달을 통해 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월드클래스' 선수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단체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병무청이 폐지하지 않아도 '소멸'될 위기라는 게 현실이다. 학교 운동부도 사라지고, 꿈나무 선수, 올림픽 출전 선수도 급감하는 스포츠의 위기 앞에 병무청장의 '엘리트 체육의 시대는 갔다'는 취지의 발언이 상처를 헤집었다. 장병과 마찬가지로 선수도 사기를 먹고 산다.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되, 무엇보다 스포츠 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고, 현장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고 소통한 후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실익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IOC위원은 SNS를 통해 "'지금은 엘리트체육이 아닌 사회체육 시대'라는 말씀은 어떤 기준에서 나온 건지 의아합니다. 우리나라에 언제 엘리트 체육만 있었던 적이 있나요? 엘리트 체육이 있다면 생활 체육도 항상 공존해온 부분은 인지를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라고 짚었다. "청장님 지금은 사회체육 시대가 아니고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함께 어우러지는 통합체육의 시대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파리올림픽 준비에 매진중인 후배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파리올림픽 대표선수들 화이팅입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여기셔서 후회없이 올림픽 치르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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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임 병무청장 역시 13일 취임식에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청장은 "지금 우리 앞에는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병역특례) 제도 개선 추진과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확보 문제 등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해법의 키워드는 바로 국민"이라면서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하는 정책을 위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공정해야 하지만 특히 병역의 의무는 공정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