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과정,다시 초심" '디펜딩챔프'오상욱,8강서 美복병에 석패...'어펜져스' 안방 메달 불발[SK펜싱그랑프리]

오상욱, 펜싱 사브르 그랑프리 3연패 실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오상욱, 펜싱 사브르 그랑프리 3연패 실패. 오상욱은 2019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이 대회 우승을 기대했으나 이른 탈락으로 3연패 달성이 좌절됐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올림픽펜싱경기장=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번 대회를 좋은 과정이라 생각한다. 초심으로 파리올림픽을 잘 준비하겠다."

'어펜져스 톱랭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세계 5위)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SK펜싱경기장에서 펼쳐진 SK텔레콤 펜싱 그랑프리 남자사브르 8강전에서 '미국 복병' 필리프 돌레지비치(세계 78위)에 11대15로 패하며 3대회 연속 메달을 아깝게 놓쳤다.

2019년과 지난해 잇달아 안방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펜싱코리아의 힘을 떨친 오상욱은 손목 부상 회복 직후 출전한 이번 대회, 안방 팬들의 응원 속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16강에서 '이탈리아 에이스' 루카 쿠라톨리에게 15대11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어펜져스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16강에서 '세계 1위' 산드로 바자제를 만나 12대15로 석패한 상황, 나홀로 8강 피스트를 밟은 오상욱은 깡총깡총 뛰는 '변칙' 스텝을 구사하는 상대 공세에 밀려 몇 차례 발목을 접질려 넘어지는 아찔한 상황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장을 메운 펜싱 동호인들과 팬들이 "오상욱 파이팅!"을 외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6-10까지 밀렸지만 특유의 시원한 공격으로 상대 손목을 베어내며 9-10, 10-11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러나 막판 상대의 기세에 잇달아 찔리며 11대15 패배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오상욱<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상욱은 담담한 표정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SK그랑프리 대회는 늘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경기 전 연습할 때 잘 맞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오상욱은 이번 대회를 파리올림픽 시상대를 향한 중요한 과정으로 봤다. "파리올림픽을 앞둔 과정으로 생각한다. 오늘 8강에서 만난 미국 선수와는 처음 경기해봤다. 어리지만 여유가 있고 잘하더라. 많은 걸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파리올림픽을 81일 앞둔 이날 오상욱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때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뭐든 다 했던 것같은데 도쿄올림픽,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엔 머리가 컸다고 해야 할까. 내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훈련양을 다 소화하지 못한 면도 있는 것같다. 남은 기간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힘든 훈련을 소화해 파리에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펜싱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그랑팔레)이 아주 멋진 곳이라고 들었다. 펜싱 종주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 레전드' 원우영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이번 대회 선수들이 잔부상이 있었다. 이어질 마드리드월드컵, 아시아선수권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펜져스 베테랑' 김정환과 김준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상황, 원 코치는 구본길, 오상욱과 함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2명의 멤버를 고심중이다. 원 코치는 "내일 대한펜싱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담당 코치로서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남은 기간 최고의 컨디션과 함께 좋은 호흡을 만드는 등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앞줄 가운데)이 6일 SK펜싱그랑프리에서 남자 사브르 우승자 지아드 엘시시(이집트), 준우승 산드로 바자제(조지아), 3위 콜린 히스콕, 필리페 돌레지비치(이상 미국)를 직접 시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앞줄 가운데)이 6일 SK펜싱그랑프리에서 여자 사브르 우승자 아라셀리 나바로(스페인), 준우승자 사라 누차(프랑스), 3위 사라 발제(프랑스), 루시아 마르탱-포르투게스(스페인)을 시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4~6일 SK텔레콤 펜싱그랑프리를 현장에서 준비한 대한펜싱협회 펜싱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종료 후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이날 대회 현장에는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아시아펜싱연맹 부회장)을 비롯해 회장사 SK 관계자들이 언제나처럼 1열에서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며 무한 '펜싱사랑'을 전했다. 최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회엔 전세계 34개국 284명의 남녀 사브르 선수들이 참가중이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수 각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자신과 상대의 기량을 점검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브르는 찰나의 판단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다. 스포츠에서 승패는 중요하지만 승패를 떠나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공정한 펜싱을 통해 하나되는 펜싱인의 모습을 전세계 꿈나무들과 팬들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이어 대한펜싱협회는 아직 펜싱이 생소한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에 펜싱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도 바쁜 일정을 쪼개 경기장을 찾았다. 4강전을 지켜보며 '파리올림픽 금메달 종목' 펜싱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