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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맞댄 적수→금빛 포옹! 女에페 최고의날, 개인&단체전 동시 제패…21년만의 숙원 달성 [항저우현장]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9-27 21:17 | 최종수정 2023-09-27 21:17


'칼날' 맞댄 적수→금빛 포옹! 女에페 최고의날, 개인&단체전 동시 제패…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마저 석권했다. 연합뉴스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개인전 금은메달을 휩쓸며 칼끝을 한층 날카롭게 벼렸다. 높아만보였던 단체전 만리장성도 넘었다. 금메달마저 품에 안았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가 벅찬 행복을 만끽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전에서 홍콩에 로 승리, 시상대 맨 윗자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 에페는 앞서 개인전에서 최인정과 송세라가 금-은메달을 나눠가진데 이어, 단체전마저 석권하며 겹경사를 맞이했다. 두 선수는 개인전 결승에선 칼끝을 맞댔지만,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다정하게 껴안았다.

팀 동료로 만난 단체전에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9라운드에 출전한 송세라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선수들은 하나로 뒤엉켜 뜨겁게 환호했다.

펜싱은 에페-플뢰레-사브르 3가지 종목으로 나뉜다. 에페는 검신이 가장 길고 무거운데다, 플뢰레(몸통) 사브르(상체)와 달리 몸 전체가 유효면이다. 우선권이 없고 동시타가 존재한다. 때문에 접근전에서 최소 동시타를 노리는 난전이 벌어진다.


'칼날' 맞댄 적수→금빛 포옹! 女에페 최고의날, 개인&단체전 동시 제패…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최인정(왼쪽)이 송세라를 상대로 승리한 뒤 서로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끼리 격돌한 것도, 한국이 여자 에페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것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결승전 1라운드 초반 홍콩에게 리드를 내줬지만, 2라운드에서 이혜인이 7-7 동점을 이뤘다. 4라운드까지 일진일퇴를 이어가던 한국은 5라운드에서 송세라가 단숨에 19-15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홍콩의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한국은 달려드는 상대의 빈틈을 더욱 날카롭게 찔렀다. 6라운드 최인정은 26-21로 점수 차이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라운드 막판 그간 든든하게 버텨주던 송세라가 흔들리며 마지막 위기가 왔다. 경기 종료 49초를 남기고 31-30, 1점차까지 쫓겼다.

경기종료 28초를 남기고 32-31, 14초전 33-32가 됐다. 다시 6.8초를 남기고 34-33, 5.5초를 남기고 35-34, 살얼음 같은 리드가 이어졌다. 현장의 데시벨도 이날 최고조로 치솟았다.

하지만 송세라는 3.3초를 남기고 침착하게 금빛 찌르기를 꽂아넣으며 36-34를 만들고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숙적'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 매회 아시안게임마다 앞을 가로막던 벽이다.

여자 에페 개인전의 경우 2002년 부산 이후 2006년 도하에서는 박세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는 강영미가 각각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인정과 송세라가 결승 무대를 석권했다.

하지만 단체전은 달랐다. 중국에 거듭 무릎을 꿇은 역사가 있다. 2006년 도하,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이하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모두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이었다.


'칼날' 맞댄 적수→금빛 포옹! 女에페 최고의날, 개인&단체전 동시 제패…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마저 석권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중국의 홈그라운드인 항저우에서 열렸다. 귀가 어지러울 만큼 울려퍼진 홈팬들의 '짜요(힘내)' 응원도 한국 여검객들의 칼끝을 무뎌지게 하진 못했다.

경기 동료 50초를 남기고 석연찮은 판정이 거듭되며 동점이 되고, 4.1초를 남기고 칼에 문제가 있다며 강도높은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대파한 홍콩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홍콩-차이나인 만큼 홈팬들의 응원은 그대로 홍콩에게 향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멘털은 단단하면서도 차분했다. 현장의 모든 흔들림을 버텨내고, 기어코 21년만의 숙원을 달성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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