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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개인전 금은메달을 휩쓸며 칼끝을 한층 날카롭게 벼렸다. 높아만보였던 단체전 만리장성도 넘었다. 금메달마저 품에 안았다.
팀 동료로 만난 단체전에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9라운드에 출전한 송세라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선수들은 하나로 뒤엉켜 뜨겁게 환호했다.
펜싱은 에페-플뢰레-사브르 3가지 종목으로 나뉜다. 에페는 검신이 가장 길고 무거운데다, 플뢰레(몸통) 사브르(상체)와 달리 몸 전체가 유효면이다. 우선권이 없고 동시타가 존재한다. 때문에 접근전에서 최소 동시타를 노리는 난전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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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결승전 1라운드 초반 홍콩에게 리드를 내줬지만, 2라운드에서 이혜인이 7-7 동점을 이뤘다. 4라운드까지 일진일퇴를 이어가던 한국은 5라운드에서 송세라가 단숨에 19-15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홍콩의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한국은 달려드는 상대의 빈틈을 더욱 날카롭게 찔렀다. 6라운드 최인정은 26-21로 점수 차이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라운드 막판 그간 든든하게 버텨주던 송세라가 흔들리며 마지막 위기가 왔다. 경기 종료 49초를 남기고 31-30, 1점차까지 쫓겼다.
경기종료 28초를 남기고 32-31, 14초전 33-32가 됐다. 다시 6.8초를 남기고 34-33, 5.5초를 남기고 35-34, 살얼음 같은 리드가 이어졌다. 현장의 데시벨도 이날 최고조로 치솟았다.
하지만 송세라는 3.3초를 남기고 침착하게 금빛 찌르기를 꽂아넣으며 36-34를 만들고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숙적'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 매회 아시안게임마다 앞을 가로막던 벽이다.
여자 에페 개인전의 경우 2002년 부산 이후 2006년 도하에서는 박세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는 강영미가 각각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인정과 송세라가 결승 무대를 석권했다.
하지만 단체전은 달랐다. 중국에 거듭 무릎을 꿇은 역사가 있다. 2006년 도하,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이하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모두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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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료 50초를 남기고 석연찮은 판정이 거듭되며 동점이 되고, 4.1초를 남기고 칼에 문제가 있다며 강도높은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대파한 홍콩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홍콩-차이나인 만큼 홈팬들의 응원은 그대로 홍콩에게 향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멘털은 단단하면서도 차분했다. 현장의 모든 흔들림을 버텨내고, 기어코 21년만의 숙원을 달성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