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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국 여자 펜싱 에페가 21년만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마침내 '숙원' 개인전-단체전 동시 제패의 순간이 손에 잡힐듯 다가왔다.
하지만 단체전의 만리장성은 한층 더 높다. 한국은 2006년 도하에서 중국에 막혀 은메달을 땄고,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동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에선 잇따라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역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이었다.
여기에 중국의 홈그라운드인 항저우. 현장은 온통 '짜요'를 외치는 홈팬들의 응원으로 가득했다. 한국이 초반 열세를 뒤집고 앞서나가자 중국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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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강영미가 있었다. 강영미는 1라운드 시작과 함께 상대 순 위엔의 기세에 3-5로 밀렸다. 송세라-이혜인까지 3라운드를 마쳤을 때의 스코어는 7-11.
하지만 강영미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4라운드에 나선 강영미는 탕 준야오를 폭발적으로 몰아붙이며 단숨에 맹추격, 12-12 동점을 만드렀다.
이어 최인정이 14-13으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송세라 최인정 강영미까지 8라운드를 마쳤을 때의 점수는 한국 23, 중국 22의 1점차 우세.
숨을 조여오는 침묵도, 그리고 사이사이마다 중국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오는 압박감도 이겨냈다. 23-19를 만들뻔 했던 8라운드 강영미의 일침, 25-22가 될 뻔했던 9라운드 송세라의 찌르기가 2번이나 잇따라 심판에 의해 뒤집어졌다. 한국 코치진은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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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득점 무산 이후 중국이 기어코 24-24 동점을 만들었다. 남은 시간은 50여초. 그래도 개인전 은메달에 빛나는 송세라의 칼끝은 거듭된 심판 판정의 불리함에 주눅들지 않았다. 40초를 남기고 1점, 22초를 남기고 다시 1점을 추가하며 26-24로 앞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순위에는 거칠게 달려들었다., 송세라와 칼끝이 얽힌 상황에서 거칠게 팔을 휘둘러 떨쳐내 경고를 받았다. 경기 종료 4.1초를 남기고 칼에 문제가 있다며 장시간 경기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송세라는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점, 동시타, 동시타, 1점을 잇따라 따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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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