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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때 '요트신동'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서 축구를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한국 요트의 에이스'였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조원우(29·해운대구청)가 한국 수상 종목의 새 역사를 쓰며 '최초이자 최후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에 따라 조원우는 금메달을 조기 확정했다. 역전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메달 시상식은 레이스가 완전히 종료되는 26일에 진행된다. 이로써 조원우는 한국 수상종목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더불어 조원우는 이 종목 '최후의 금메달리스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RS:X 종목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종목이 아시안게임에서 사라지기 전 한국 선수단에 값진 금메달을 선사한 셈이다.
조원우의 이번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에는 예상 외의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워낙 육체적으로 힘든 종목이고, 경쟁이 치열한 탓에 조원우는 금메달 유력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깜짝 선전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선배인 이태훈의 그늘에 가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까지 모두 출전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는 사이 '신동' 타이틀은 사라졌다. 절치부심한 조원우는 도쿄올림픽이 돼서야 간신히 이태훈을 극복하고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섰다. 하지만 최종 17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조원우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뜻밖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한 스포츠예능 프로그램에 출전해 '축구선수'로 변신한 것이다. 걸쭉한 부산 사투리와 어설픈 축구솜씨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요트 국가대표'였다. 조원우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그 본분을 잊지 않았다. 오히려 체중을 감량하고 절치부심하며 20대 후반에 출전한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신동'으로 불렸던 고교시절부터 치면 무려 10년이 넘는 기다림이었다. 긴 항해였지만, 목적지에는 제대로 도달했다. 그는 결국 '금빛 항구'에 도착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