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고 스마트 건강관리교실에서 이의준 체육교사(오른쪽 끝)가 손예현군의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정상규 특수교사는 박준우군의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특수교사와 체육교사의 협업, 모두의 체육관이 가능한 이유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손현준 여의도고 교장과 김진효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문화과장, 정상규 특수교사가 '오늘 운동을 완료'한 손예현, 박준우군을 칭찬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
신체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서울시 초·중·고 비만군이 2018년 15.8%에서 2021년 20.8%, 2022년 18.4%까지 늘어나고, 학생건강체력평가 4~5등급 '저체력' 학생은 2018년 9.3%에서 2022년 13.9%까지 급증한 상황. 결코 미룰 수 없는 서울 학생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디지털 기반 스마트 건강관리교실을 17개 시도 중 최초로 도입했다. AI 시대, 디지털 세대들의 몸과 마음을 절로 움직일 맞춤형 체육 시설과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지난해 초중고 150개교에 이어 올해 초중고 50개교에 각 5000만원을 지원, 기존 체력단련실 공간에 스마트 기기, 데이터 네트워크 등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기록, 개인별 데이터를 누적 관리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 학생 스스로 건강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세상에 없던 '신박'한 체육교실, 현장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편집자주>
"살이 빠지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엄마가 '근육맨' 되라고 했거든요!"
서울 여의도고 스마트 건강관리교실에서 만난 (손)예현이와 (박)준우가 '운동이 왜 좋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로 답했다. 실내 사이클 스마트 계기판에 좋아하는 노래 '별들의 함성'을 척척 입력하더니 페달을 씽씽 돌리기 시작했다. 정상규 특수교사가 기록을 체크했고, 이의준 체육교사는 아이들의 자세를 잡아주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여의도고 박준우 손예현군이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환한 표정으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여의도고 축구부 학생선수들이 야간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여의도고
여의도고 '스마트 헬스장'은 자타공인 '모두의 체육관'이다. 비장애학생들의 체육시간, 방과후 수업은 물론 특수반 장애학생들의 수업, 방과후 프로그램도 여기서 진행된다. 저녁이면 여의도고 축구부 학생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일과를 마친 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달린다. 회원제 헬스장 못잖게 널찍한 공간에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입장시 스마트카드로 스크린을 터치하면 운동 프로그램, 운동량, 칼로리 등 개인화된 누적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의준 체육교사는 "주1회 장애-비장애학생들의 정규 교과 체육수업이 진행되고 축구부 선수들은 여기서 야간 훈련을 한다. 점심시간엔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쓴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방과후에 온다. 요일별 스케줄이 빼곡하다"고 설명했다.
정상규 특수교사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가 운동에 동기부여가 된다. 시각적 효과도 크다. 이 공간을 아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기계가 많다보니 어른이 없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의준 선생님이 늘 상주하시기 때문에 안전 걱정도 없다"고 했다. 운동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교사는 "예현이가 110㎏이었는데 몇 주만에 8㎏가 빠졌다. 비만이다 보니 소아당뇨, 혈압 문제도 있어 체중조절이 시급했다. 이젠 허벅지에 근육도 생겼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예현이는 "재미있어요. 안힘들어요. 오늘도 열심히 했어요. 운동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준우는 "저도 예현이처럼 살 뺄 거예요. 운동하면 근육이 생겨요. 엄마가 '근육맨' 되라고 했어요"라며 운동 의지를 표했다. 정상규 교사는 "장애학생일수록 교내에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더 필요하다. 이 아이들에겐 생명 유지와 직결된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밝아지고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일반학급에서 다른 수업을 할 때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서 "스마트 건강관리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운동 데이터를 매일 확인하고 체력관리를 해줄 수 있어 보람 있다"고 했다.
이 교사 역시 "아이들이 감량되는 것도 보이고, 웨이트 중량이 느는 것도 보인다. 이런 시설를 통해 장애, 비장애학생 관계없이 자기주도적 운동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체육교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효율적이다. 3분만 투자하면 아이들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수행평가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아이들 역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객관적 수치,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듀의 스포츠, 모두의 체육관,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스마트건강관리교실에서 서울시교육청 김진효 체육건강예술문화과장을 비롯한 장학관, 장학사들과 손현준 교장, 교사, 아이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체육을 전공한 손현준 여의도고 교장은 '모두의 체육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녔다. . 모두의 체육관을 위한 스마트 체육시설을 적극 지원해준 서울시교육청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교사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방향을 잘 설정해주셨다. 일반학급, 특수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활용하게끔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운영이 중요하다. 선생님들이 안움직이면 안된다. 체육교사와 특수교사가 잘 운영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장은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관리, 평가도 용이하다"면서 "이런 시설이 일반고에 100% 다 들어가면 좋겠다. 특히 우리처럼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문 트레이너도 고용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진효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문화과장이 열심히 운동중인 여의도고 손예현, 박준우군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오늘 운동을 완료(오운완)'한 예현, 준우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김진효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은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운영이 제일 중요하다. 여의도고는 관리자와 선생님들의 노력과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은 진리"라며 현장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디지털 스마트 건강관리 교실은 단일 프로그램, 단일 기구로 하지 않고 학교 급별, 다양한 교실 환경과 아이들의 취향, 흥미를 감안해 게임형, 놀이형, 신체관리형 등 필요한 맞춤형 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의도고의 경우는 축구부, 특수학급,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모두 활용하는 시설이다. 아파트 단지라는 특성을 활용하면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굉장히 폭넓은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세대를 위한 학교체육, 모두를 위한 '스마트 체육관'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선 교육 공동체의 지지와 시의회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지난해 150개교를 지원했던 예산은 올해 50개교로 줄었다. 코로나 이후 스포츠와 운동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현장의 관심과 니즈는 더 커졌다.
김진효 과장은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도 학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스마트 건강관리 교실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면서 "모든 아이들의 평생 건강습관을 지키는 스마트 건강관리 교실이 향후 모든 학교에 보급되길 바란다. 더 많은 학교에 속도감 있게 확대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의도고=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