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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출전은 0%의 가능성이었는데…. 사람들이 온 우주가 절 도왔다고…."
신유빈은 어리지만 단단하다. "선발전을 정말 편한 마음으로 했어요.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다 찾아온 기회니까, '연습한 걸 다하자.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 하나로 임했어요"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했느냐'는 질문에 신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 때 라켓을 잡은 '탁구신동' 신유빈은 탁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다. 오랜만의 선발전 강행군 역시 그녀에겐 부담이기보다 가슴 뛰는 설렘이었다. "선발전 전날, '나는 내일 어떤 상황일까. 이길까, 질까? 경기 끝나고 웃고 있을까? 소풍가기 전날처럼 엄청 설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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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9경기를 치르는 리그전 강행군, 우려했던 팔목 통증 없이 건강하게 대회를 마친 것 역시 큰 수확. "부상 트라우마를 떨칠 자신감이 생겼다"는 신유빈이 말했다. "손목은 안아팠는데요. 끝나고 악수하는데 팔이 안 올라가더라고요. 막판에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나요. 세상이 빙빙 돌고 어깨, 다리, 온몸이 다 쑤셔서 끙끙 앓으면서 잤어요. 언니, 오빠들이 이 힘든 선발전을 10년씩 해온 걸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힘들어도 가야할 길, 한국 여자탁구 걱정에 신유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2023년 4월 기준 국내 여자선수 최고 랭킹은 전지희의 33위, 톱10내 중국이 7명, 일본이 2명이다. 한국 선수는 전무하다. 한자릿수 톱랭커를 목표로 삼고 있느냐는 우문에 신유빈은 "당연하죠"라고 즉답했다. "지금만큼만 하는 선수가 되려 했다면 탁구를 시작도 안했을 거고, 지금 이런 노력도 안할 거예요. 더 위로 올라가고 싶어요. 더 잘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해야죠. 할 수 있어요" 주문같기도 자기암시같기도 한 파이팅이 믿음직했다. "제 목표는 잠깐 반짝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톱10 안에 머무는 선수가 되는 거예요. 세계 톱랭커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오래오래 반짝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생애 첫 아시안게임 이야기엔 또다시 미소가 번졌다. "주변에서 다들 제게 우주의 기운이 왔다고 해요. 기회가 올 때 준비를 잘해야죠.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라며 "아, 엄청 재미있을 것같아요"한다. 초롱초롱 기대에 찬 눈망울,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8일 중국으로 출국해 WTT챔피언스 신시앙에 나선다.
당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