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번에는 진짜 제 모습을 보여줘야죠."
|
그런 면에서 보면 장애인태권도 남자 75㎏급 국가대표 주정훈(29)의 인생은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갓생러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막 걸음마를 떼던 만 2세, 불의의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어린 주정훈과 가족에게 닥친 큰 불행이었다. 하지만 주정훈은 불행 앞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태권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인생의 새 길을 열었다.
물론 순탄하게만 풀린 것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차별적 시선 앞에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교 2학년, 17살의 주정훈은 또 다시 좌절한다. 장애인 체육 분야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비장애인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던 주정훈은 주변의 시선이 '남과 다른' 자신에게 쏠리자 태권도를 포기하고, 평범한 경영학도 대학생으로 다른 삶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 안되면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도 이어받을 생각도 했어요." 주정훈은 이때를 '방황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
그렇게 주정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장애인태권도 선수로 당당히 일어섰다. 2018년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복귀 신고식'을 마친 주정훈은 2019년 춘천국제오픈 우승에 이어 2020년초 대륙별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2020년 도쿄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2020년 도쿄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그간의 설움을 씻어냈다.
|
하지만 주정훈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쉽게 놓친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을 향해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3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주정훈을 만났다. 영화배우 김래원을 연상케 하는 '훈남' 주정훈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목표에 대한 각오와 자신감 덕이다.
자신감은 넘치지만, 현재 주정훈은 상당한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내부의 문제로 지난해 국제대회에 전혀 나가지 못하면서 국제랭킹이 지난해 1월 6위에서 현재 14위까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말 항저우대회 출전권은 확보하고 있지만, 내년 1월까지 세계랭킹을 6위 이내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내년 파리패럴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부지런히 훈련해 올해 말까지는 랭킹을 8단계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주정훈은 씩씩했다. 그는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서는 코로나19로 경기를 못하다가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출전권을 따냈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기회가 많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파리 패럴림픽 출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고보니 주정훈의 주무기는 강한 발차기보다 위기 앞에 당당한 '긍정의 힘'이었다.
|
동시에 10월말에 열리는 항저우 패러게임에서의 금메달 획득에 대해서도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주정훈은 "지난 도쿄패럴림픽에서는 제대로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패러게임이라 긴장하기도 했고, 주위에서 '축제다. 즐겨야 한다'는 얘기를 해서 보여주기 식으로 첫 판을 하다보니 나도 '즐기는 척'을 했다. 그러다 집중을 못해 16강에서 졌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은 땄는데, 금메달 선수가 나와 경기수도 같고 승수도 똑같았다. 그게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즐기지 않고, 결과로 보여드릴 계획이다. 웃으며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