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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잡음이 갈수록 태산이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실패 이후 감독-코치진에 책임을 전가해 반발을 산 박기현 회장 등 협회 고위층이 또 도마에 올랐다.
경질된 강경진 감독이 협회의 전횡을 공개 폭로할 정도로 파문이 커지는 데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협회에 우호적인 인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달 29일 코리아마스터즈대회가 열린 광주광역시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를 열고 인천공항공사를 이끌던 안재창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결정했다.
신임 감독이 확정되자 배드민턴계에서 의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절차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한다. 신임 감독의 능력을 폄하하거나 탈락한 다른 지원자를 지지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협회 행정의 결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감독 선임 절차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협회는 지난달 19일 제73차 이사회를 열고 박 회장이 위촉한 A씨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배드민턴계 원로급인 A씨는 이른바 '박 회장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새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경향위가 새로 꾸려지는 과정에서 위원장과 같은 특정지역 출신이 과다해 주면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경향위는 감독 공모에 지원한 3명을 심의하기 위해 11월 29일 회의를 소집했다. 3명에 대한 면접 심사 절차에 앞서 내부 진통이 시작됐다. 7명의 면접위원단 구성 비율을 두고 '경향위 4명+외부인사 3명'과 '경향위 5명+외부 인사 2명' 안건이 충돌했다. 경향위 외부 인사를 불쑥 포함하자는 것도 그렇거니와 외부인사가 많으면 투명성에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한 차례 정회를 거친 뒤 다수결에 따라 '경향위 5명+외부 인사 2명'으로 결정됐다. 협회의 배후 개입 의혹을 예방하고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인사를 경향위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7명 중 2명은 협회측이 추천한 외부 원로 인사였다. 한 관계자는 "배드민턴계에서 2명의 원로 인사는 A위원장과 협회 수뇌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5명(위원장 포함)은 경향위 위원중에서 추천됐다.
협회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 경험 많은 분을 포함해 경향위 논의를 거쳐 구성된 면접위원단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감독 선발위원회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규정' 제15조에 따르면 '국가대표 지도자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위원회에서 심의하여 선임하며'라고 규정돼 있다. 협회의 설명대로라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인들은 "위원장과 외부 인사 2명만 해도 전체 7명 가운데 3명이나 된다. 특정인을 밀어주기 구도란 의심을 받는다. 경향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굳이 왜 예정에 없던 과정을 만들어 의심을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면접 채점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터무니없는 점수 배분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박 회장이 협회 눈치 보지 말고 경향위가 자율적으로 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누구의 라인이라는 등의 의혹은 과도한 불신 풍조"라고 말했다. 협회는 또 이번 감독 선발 관련 자료는 개인 명예와 관련된 문제 등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규정 제16조 ⑪항은 '지도자 선발 관련 과정 및 결과는 공개하며, 관련 자료는 5년간 보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전히 닫혀 있는, 암울한 한국 배드민턴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