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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격납고'기장님VS부장님,사내탁구대회가 이렇게 꿀잼일 줄이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0-29 05:30

















"갓홍기, 빛종완 멋지다!" "부장님, 파이팅!" "

2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펼쳐진 대한항공의 사내탁구대회 결승전, 포인트가 날 때마다 초대형 비행기 날개 아래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23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26일 결승전까지 나흘간 사내 각 부서별 선발전을 거친 총16개팀 128명이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결승진출 2팀이 가려졌다. 대한항공 사내 탁구 대회는 직장 내 탁구 붐 조성을 통한 직원간 소통 강화, 건강 증진, 사기 진작을 위해 2009년 시작됐다. 7회째를 맞는 올해, '전문가집단' 스포츠단이 직접 운영을 맡으며 혁신을 시도했다. 사상 초유의 격납고 탁구대회가 성사됐다. 대한탁구협회 회장사로서 김경아, 당예서, 양하은 등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들을 키워온 대한항공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어울림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나섰다. 26일 결승전, 조원태 사장과 임직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서별로 뜨거운 응원전이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IOC위원, 대한항공탁구단 국가대표 양하은과 김단비,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감독의 딸, 탁구유망주인 유예린의 시범경기에 결승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곧이어 본경기가 시작됐다. 베테랑 기장님들로 구성된 운항본부A와 인천공항에서 출입국을 지원하는 부장, 과장, 직원들로 구성된 여객사업본부B가 결승에서 뜨겁게 격돌했다. 이미 3회 우승 전력이 있는 '우승후보' 운항본부A가 절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매세트 풀세트 접전이 이어졌다. "부장님 파이팅!" "우윳빛깔 김영백!" "탁신 갓홍기!" 매 포인트마다 양팀 직원들이 플래카드를 들어올리며 자리에서 번갈아 일어났다. 열띤 응원전 속에 매세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제1단식, '운항본부' 김준곤 부기장이 '여객본부' 박진수 부장을 꺾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탁구여제'들이 맞붙은 2단식에서 '여객본부' 김영백 과장이 강희경 A380학술교관을 꺾으며 게임스코어는 1-1로 팽팽해졌다. 이어진 3복식에서 '기장조' 박성종-백승국조가 '과장조' 유용호 -어영장조를 꺾은 후 4단식에서 '여객본부' 이병걸 부장이 '운항본부' 임종완 기장을 꺾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게임스코어 2-2, 마지막 5단식에서 김홍기 기장이 김제형 사원을 꺾으며, '운항본부'가 짜릿한 우승을 확정지었다. 조원태 사장이 직접 시상에 나서 '선수'들에게 일일이 메달을 걸어줬다. 우승팀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5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은메달과 상금 300만원, 공동 3위 2개팀에게는 동메달과 상금 100만원이 각각 지급됐다. 시상식 후 조 사장과 임직원들이 다 함께 손하트 포즈를 취하는 장면은 훈훈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운항본부' 주장 박성종 기장은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진짜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28년차 베테랑' 박 기장은 "비행이 없는 날, 후배들과 탁구를 취미삼아 해왔다.한달에 한 번 탁구로 친목을 다지고, 체력 관리하는 동호회인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비행시간을 서로 조정해서 보름동안 하루 2~3시간 집중훈련을 하고 나왔다"며 우승 비화를 공개했다. 격납고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사내탁구 대회에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좁은 공간, 흔한 체육관이 아닌 이렇게 탁 트인, 우리회사 격납고에서 대회를 하니 너무 좋았다. 직원들 화합, 친목, 사기 진작 차원면에서도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격납고가 떠나갈 듯 소리치는 동료들의 응원이 너무 행복했다. 아름다운 대회였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여객사업본부B의 결승행 반란은 사내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단 한번도 예선통과를 하지 못했던 팀이 깜짝 준우승 쾌거를 이뤄냈다. 이유가 있었다. 팀 벤치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에이스 출신 심새롬 '코치'였다. 선수 은퇴 후 대한항공 직원이 된 심새롬은 스포츠단에서 일하다 지난 4월 인천공항 여객사업본부로 발령받았다. 낮에는 똑같이 일하고, 한달에 한번 퇴근 후 모이는 탁구 동호회에선 '코치'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생활탁구 동호인들이 사내 동료로부터 엘리트 수준의 탁구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심새롬은 "동호회에서 부탁하셔서 한달에 한번씩 지도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경기기간 중 하루 5~6시간 벼락치기를 했다"며 웃었다. "솔직히 예선통과도 어렵겠다 생각하고 나왔는데 예선에서 전승해서 깜짝 놀랐다. 보람 있었다. 포인트를 짚어드릴 때마다 탁구가 느는 게 보이더라. 선수 분들이 실행을 잘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체육관을 빌리는 대회보다 격납고 탁구대회는 정말 의미 있었다. 대한항공 비행기 날개 아래서 탁구를 치는 것이 뜻깊었다. 사원으로서 자부심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심새롬은 "사내탁구대회가 성황리에 치러져서 탁구인으로서 정말 기쁘고 직장인으로서도 탁구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선수 하다 회사에 들어왔는데 탁구의 끈을 이렇게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며 미소 지었다.

유승민 IOC위원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어울림을 선도하는 행정가, 탁구인으로서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탁구로 임직원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면서 "열렬한 응원전과 기대 이상의 경기력에 깜짝 놀랐다. 사내 대회가 전국, 전사적으로 퍼져나가서 생활 속에서 탁구가 더 활성화되어 우리 선수들도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상생하고 발전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대한항공 스포츠단 측은 "그동안 노사화합 차원에서 진행돼온 사내 탁구대회를 스포츠단에서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 스포츠를 통해 더 전문적으로 더 즐겁게 직원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격납고를 대회장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사원들의 호응이 대단히 높았다"고 귀띔했다. "앞으로도 대한항공은 생활체육 활성화, 스포츠를 통한 사내 화합과 사기 진작, 전문체육과의 나눔과 상생을 위해 더 많은 노력들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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