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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 부담과 걱정이 아닌 설렘으로, 후회없는 시합을 하길…. 내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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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후 취재차 찾아간 태릉선수촌에서 이들의 사랑을 감지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해, 예쁜 사랑을 이어가던 이들이 결혼소식을 전해왔다. 12월29일 5년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 혼합복식 파트너가 평생의 파트너가 됐다. 선수로서, 파트너로서 박영숙은 이상수를 누구보다 갚이 이해한다. 간절했던 리우올림픽에서의 좌절을 딛고 이상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단식,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기를 모르는 노력과 집념으로 세계랭킹 8위, 톱랭커의 자리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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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는 28일 정영식, 장우진, 김동현, 임종훈과 함께한 남자탁구 단체전에서 7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9일 전지희과 함께한 혼합복식에 이어 30일 마지막 남자단식 경기가 시작된다. '12월의 신부' 박영숙이 아시안게임 첫 단식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보' 이상수를 향해 절절한 응원의 편지를 보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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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 너무 오랜만에 여보한테 쓰는 편지같아. 이 편지를 볼 때쯤 여보는 자카르타에 있겠다. 처음 리우올림픽 나갈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어. 리우올림픽 그때가 생각난다. 잊을수가 없지. 여보가 너무 서보고 싶어했던 리우올림픽, 정말이지 올림픽 티켓 따내려고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하루하루 잠도 제대로 못자고 너무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해내서 나간 첫올림픽 도전, 하느님은 아직많이 부족하다 느끼셨는지 너무나 아쉽게 끝나버렸어. 여보는 괜찮다고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했지만 올림픽 끝나고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누구보다 내가 너무 잘 아니까 정말 너무 힘들었지.
그때 여보 보면서 '그래도 그렇게 나가고 싶어했었던 올림픽 나가봤으니 됐다. 나는 이제 됐다' 생각했는데 여보는 '이제 시작이라고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겠다'고… 독하다 싶으면서도 그 힘든 일을 왜 다시 시작하려 할까 걱정이 되더라고, 그런데 내 걱정과 달리 처음부터 하나씩하나씩 준비하고 다시 멋지게 올라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상수답다' 싶더라.
여보야, 이번에도 변한 거 없고 똑같아. 항상 내가 하는 말 알지.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부담과 걱정이 아닌 설렘으로 시합했으면 좋겠어. 상대에게 져서 화나는 것보다 아무것도 못하고 나왔을 때 많이 화난다고 했잖아.그러니까 이기면 더없이 좋겠지만 먼저 후회없이… 후회없는 시합이 되면 좋겠어.
이제 맏형으로서 책임감의 무게도 있을 걸 알아요. 그렇지만 든든한 후배들이 옆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고 와요. 내가 응원하고 있을게.
아시안게임 끝나면 또 많은 시합이 있겠지만 조금 쉬었다 가자. 맛있는 것도 먹고, 잠도 푹자고, 나랑 데이트도 좀 하고, 우리 만난 지 5년이 넘었는데 올해는 여보를 제대로 못본 것같아. 진짜 너무 바빠. 우리 결혼식도 점점 다가오는데 식장에는 올 거지? ㅎㅎ
여보야, 이 글 쓰고 있는 지금도 너무 보고싶다. 부디 아프지 말고 몸건강히 잘 다녀와요.
나 사랑해줘서 너무 고맙고, 아직 이르지만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고, 우리 진짜 행복하게 잘살자. 내가 많이 사랑해 ♥
-새신부♥영숙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