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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했던 '금' 약속, 결국에는 지켰어요."
하지만 정보경은 버텨서 끝내 기술을 풀어냈다. 상대 기술에 들어있던 빈틈으로 온 힘을 집중했다. 틈이 벌어졌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다시 매트 위에서 상대를 노려봤다. 국제무대에서 늘 팽팽한 대결을 펼쳤던 라이벌 곤도. 지난해 파리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보경이 승리하며 서로간의 상대전적은 2승2패가 됐다. 이제는 승부를 내야 할 때였다.
다시 재개된 연장 승부. 누구라도 포인트를 만들면 그것으로 경기는 끝난다. 굳이 한판까지 노릴 필요도 없다. 정보경은 곤도의 유도복 소매를 잡고 버티다 기습적으로 무릎을 꿇으며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중심이 무너진 곤도가 넘어왔다. '절반'. 정보경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자신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이다.
이 금메달을 하루 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었다. 정보경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코치진과 훈련 파트너들의 땀이 같이 뒤섞였다. 정보경은 "훈련을 도와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스파링) 파트너로 있는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했다. 그 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유도는 최소 5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첫 출발을 정보경이 성공적으로 끊었다. 정보경은 "내가 좋은 스타트를 했으니 뒤에 나오는 한국 선수들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금메달의 기운을 동료들에게 전했다.
인터뷰 도중 정보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왼팔이 점점 더 아픈 것 같다"며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결승전에서 곤도에게 꺾였던 팔이다. 정보경은 결국 그 팔로 곤도를 메다 꽂았다. 그는 "팔이 꺾였을 때 '이렇게 지겠구나'싶었다. 그런데 (기술이 걸린 뒤에) 생갭다 버틸 만 했다. 그래서 계속 움직였더니 상대가 못 잡고 풀렸다. 기술이 완전히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왼팔이 꺾였지만, 다시 왼팔로 업어 쳤다. 내가 주로 쓰는 손이 왼손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보경은 금메달의 의미에 대해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는 꼭 따겠다고 했는데, 그걸 지켜서 기쁘다"고 승자의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