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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두 아이와 함께 남편의 4강전 경기를 지켜보던 정지연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4강전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 챔피언이던 '난적' 압드발리 사에이드(이란)와 경기를 하던 남편의 목에는 긁힌 상처가, 눈두덩이에는 검은 멍이 든 것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경기를 보던 정지연씨는 "져도 좋으니 몸만 안 다쳤으면 좋겠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아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사에이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 끝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도전에는 큰 희생이 따랐다. 정지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체중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71㎏급에 출전하려면 평소 74~75㎏을 유지한 뒤 대회 이틀전부터 4㎏감량에 나서야 경기 당일 힘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지현의 평소 몸무게는 69~70㎏였다. 살을 빼는데 익숙했던 운동 선수들에게 4~5㎏ 체중 증량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워낙 체구가 작고 지방량이 적은 그에게 살찌우기는 특히 힘들었다. 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중량에 돌입한 정지현은 음식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야식으로 피자, 치킨, 족발은 기본이었다. 식사를 한 이후에도 고칼로리 음료수를 마셨다. 뱀과 전복, 낙지, 산삼 등 몸에 좋다는 음식도 모두 챙겨 먹었다. 과식을 하면 소화가 안돼 약을 먹기 일쑤였고 하루 세차례 강훈련을 소화하면 늘었던 체중이 다시 원상복구가 됐다.
얼마나 힘든 도전이었는지는 아내 정지연씨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체중을 늘리려고 많이 먹는데 소화를 시키지 못해 많이 고생했다. 나중에는 탈이나 밥을 먹지도 못하는데도 죽을 꾸역꾸역 먹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21세에 연애를 시작해 두 아이를 두기까지 10년 이상 함께 했지만 정지연씨는 최근에서야 남편에게서 "몸이 아프다"는 얘기를 처음 들어봤다. 그만큼 체중 증량의 고통과 30세가 넘어서 소화해야 하는 지옥 훈련의 강도가 심했다는 얘기다. 그는 "아테네올림픽 이후 큰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해 남편이 성적 때문에 괴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걸 자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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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실패를 맛본 정지현은 세 번째 도전만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4강전에서의 눈물 겨운 사투도 아이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결국 아내와 두 아이가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정지현은 '아빠의 이름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순간만큼 정지현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누렸다. 아시아 챔피언이 아닌 약속을 지켜낸 두 아이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기 때문이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