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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요정'에서 '여왕'이 된 손연재,4관왕 5가지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4-08 07:30



'요정'이 '여왕'이 됐다.

'시니어 5년차' 손연재(20·연세대)가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4관왕에 올랐다. 6일(한국시각) 개인종합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7일 종목별 결선 4종목 가운데 후프(17.500점, 동메달)를 제외한 볼(17.500점), 곤봉(17.450점), 리본(17.150점)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개인종합 금메달도 최초, 전종목 메달도 최초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역사를 다시 쓴 '손(Son)의 월드컵'이었다.


①11월 시즌 조기 스타트

손연재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을 리듬체조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점찍었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러시아로 향했다. 4종목 새 프로그램을 일찌감치 받아들었다. 난도, 숙련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몰입했다. 어느 해보다 시즌 시작이 빨랐다.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끊임없는 반복연습을 통해 어려운 연기가 몸에 배도록 했다.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서 비러시아선수로는 최고 순위인 개인종합 6위에 오른 건 이 덕분이다.


②폭풍성장은 계속된다

손연재는 시니어 1년차이던 2010년 5월 코베이유 에손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올랐다.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신수지 김윤희 등 선배들을 제치고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손연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서 '나홀로' 전훈을 시작했다. 열일곱살 고등학생이 외로움과 싸우며 하루 8시간 훈련을 이겨냈다. 2011년 3월 페사로월드컵, 손연재는 개인종합 12위에 올랐다. 볼에선 생애 최초로 결선에 진출했다. 2011년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올랐다. 런던올림픽 자력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2012년 펜자월드컵에서 후프 종목 동메달로 월드컵 첫 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에선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세계 '톱5'를 유지했다. '폭풍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월드컵 첫메달, 첫 멀티메달, 개인종합 첫 메달까지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또박또박 달성해 나갔다. "손연재가 가는 길이 한국 리듬체조의 길"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대로였다.


③깜찍한 소녀, 성숙한 숙녀로 변신

2년전 런던에서 '동양의 요정' 손연재는 갸날프고 깜찍한 소녀의 모습으로 승부했다. 스무살, 대학생 손연재는 기존의 깜찍한 모습만으로는 승부하기 힘들다고 봤다. 올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곤봉에선 특유의 깜찍한 모습을 살렸지만, 리본에선 아라비아풍의 음악 '바레인'을 택했다. 올해 첫 전훈을 앞두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한 전언대로였다. 섹시하고 성숙한 모습을 선보였다. 공인된 연기력에 팔색조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부단한 연습속에 근육량이 증가했고, 경기체력도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대회 개인종합 1위에 이어, 전종목 결선에서 한종목도 놓치지 않고, 메달을 따내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④어머니와 손연재 전담팀의 헌신

올시즌 손연재는 어머니 윤현숙씨와 늘 함께한다. 러시아 훈련센터 인근에 집을 '렌트'했다. 지난 3년간 외로운 타지생활을 견뎌냈던 손연재는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속에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손연재 주변에는 오래된 파트너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옐레나 리표르도바 러시아 전담코치가 사정상 함께 하지 못했지만, 베로니카 코치, 어머니가 동행했다.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 송재형 송피지컬트레이닝 원장, 이문삼 앨앤케이 애슬레틱 휘트니스 대표, 문대훈 아이비월드와이드 에이전트 등은 손연재의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전문가 풀'이다. '손연재팀'의 헌신적인 지원에 손연재는 실력으로 보답하고 있다.



⑤5년차 독종, 찬스에 강했다

이번 대회는 '독종' 손연재에게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러시아와 동구권 선수들이 불참했다. '러시아 1인자' 마르가리타 마문,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야나 쿠드랍체바 등 러시아 1-2위 선수들과, 우크라이나 에이스 안나 리자트디노바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모스크바그랑프리 개인종합 2위에 오른 '러시아 신성' 마리아 티토바와 종목별 2-3위를 놓치지 않았던 '벨라루스 에이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이들을 넘어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 리듬체조에서 난도가 비슷한 상위권의 순위는 당일 컨디션과 실수에서 판가름난다. 손연재들의 라이벌들은 실수했고, 손연재는 실수하지 않았다.

4관왕에 오른 손연재는 "애국가가 울려퍼졌을 때 뭉클하고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난도를 높이고 훈련량도 많이 늘렸다"고 금메달의 비결을 털어놨다. 손연재는 이번 주말 이탈리아 페사로월드컵에 출전한 후 귀국해, 코리아컵과 리듬체조 갈라쇼에 참가한 후 5월 초 다시 러시아 노보고르스크로 간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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