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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SNS]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같은듯 다른 종목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2-12 07:09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선수들이 많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수확하며 깜짝 스타가 된 이승훈(26·대한항공)도 2009년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다. 이승훈과 함께 팀 추월에 출전하는 김철민(22) 주형준(23·이상 한국체대) 역시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모태범(25·대한항공)과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메달 경쟁을 펼치게 될 이종목 최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피드스케이팅을 주종목으로 하던 선수들이 쇼트트랙으로 전향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가 없다.

트랙을 빠르게 달리는 두 종목 중에서 왜 유독 쇼트트랙 선수들만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하는 것일까. 이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봤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송주호 박사는 두 종목의 코스에 따른 '힘의 원리', 사용하는 '근육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주로 달리는 코스가 다르다. 쇼트트랙은 112.12m의 트랙 중 47%인 53.81m가 곡선이다. 코너에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곡선 주간은 약 80~90%에 이른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코너링은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일 뿐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아니다. 코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직선구간에서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승부의 관건이다.

이 차이로 인해 주로 이용해야 하는 힘의 원리가 달라진다. 송 박사는 "쇼트트랙은 곡선주로를 달리는 경기라 원심력(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바깥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힘)을 이겨내야 한다. 몸을 최대한 안쪽으로 기울인 낮은 자세로 구심력을 키워야 원심력을 상쇄시킬 수 있고 일정한 원의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해서는 "직선 구간에서 빙판을 밀어내는 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훈련이 열렸다. 훈련에서 모태범(왼쪽)과 스타트 경쟁에서 승리 한 이상화가 활짝 웃고 있다.
소치=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04.
빙판에 작용하는 힘의 차이 때문에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주로 단련하는 근육도 각각 다르다. 쇼트트랙의 경우 원심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코너를 도는 오른발 내측 근육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중요한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스케이트 날이 빙판을 밀어내는 힘(마찰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파워존(허벅지, 복부,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근육) '을 키운다. 송 박사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파워존 강화와 동시에 오른발 근육 보강 운동에 주력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스피드를 내기 위해 파워존을 강화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파워존을 키우기 위해 역도 훈련을 병행한다. 특히 이상화(25·서울시청)의 경우 하체 대퇴부 근육이나 엉덩이 근육이 유독 탄탄해 단거리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기에 이상적이다"라고 밝혔다.

신체 조건 역시 종목에 큰 영향을 끼친다. 쇼트트랙은 1m70 보다 작은 아담한 체구가 유리하다. 코너를 돌기 때문에 1m80이 넘으면 원심력을 상쇄시키기가 쉽지 않다. 스피드는 다리가 길수록 빙판을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해져 스피드를 내기 수월해진다.

이런 차이로 종목 전향도 일방향적이다. 송 박사는 "쇼트트랙은 코너워크에 유리하기 때문에 파워존을 더욱 강화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할 경우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경우에는 코너링을 도는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몸집이 큰 경우가 많다. 신체 특성상 쇼트트랙에 맞지 않아 전향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상화와 모태범, 이승훈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코너링을 강화하기 위해 쇼트트랙 훈련도 병행한다. 이승훈은 소치 입성에 앞서 지난달 22일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반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스피드를 강화를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병행하지 않는다. 주로 사용하는 근육과 두 종목의 코스 구조가 만들어낸 차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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