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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26·대한항공)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 첫 메달을 노린 그는 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네덜란드 삼총사 스벤 크라머가 6분10초76으로 밴쿠버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가운데 얀 블로쿠이센(6분15초71),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가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하루가 지났다. 9일 훈련을 재개했다. 특유의 화사한 웃음은 희미했다.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말문도 열었다. 그는 아들레르 아레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허무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신이 있었는데, 하지만 올림픽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하지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네덜란드와 유럽의 벽도 철옹성"고 회상했다.
몸이 무거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소치 입성 후 잠을 못 잔 것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단다. 그는 "크라머의 우승은 예상했다. 2, 3위의 기록은 저조한 것 같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긴장되고 압박이 느껴졌다. 초반부터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스퍼트를 내지 못했다"며 아쉬웠다.
과거는 이미 흘렀다. 미래가 남았다. 이승훈은 18일 4년 전 금메달을 목에 걸은 1만m에 이어 21일 팀추월에도 출전한다. 그는 "5000m는 잊고 싶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1만m에서는 더 이상 부담이 없다. 다른 선수들을 의식할 상황도 위치도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 또 후배들과 함께하는 팀추월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