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성한국 배드민턴감독 눈물의 박사학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26 10:06


성한국 감독(오른쪽)이 지난 1월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뒤 첫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부모님 영전에 바칩니다."

성한국 배드민턴대표팀 감독(48)이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첫 '박사님' 감독이 됐다.

성 감독은 26일 열린 2011년도 한국체대 하기 학위수여식에서 '배드민턴 지도자-선수관계, 자결성 및 정서의 관계'라는 스포츠 심리학 논문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 감독의 박사논문은 선수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지도자와의 관계가 정서나 동기유발,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접목시킨 것이다.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성 감독이 처음이다. 1989년 한국체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성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느라 학업과 거리를 두고 있다가 2008년 뒤늦게 박사과정에 도전해 3년 6개월 만에 결실을 거뒀다. 실업팀(대교눈높이)과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박사 공부까지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낮에는 제자를 가르치고 밤에는 책과 씨름하는 '주경야독'으로 논문을 준비해왔기에 더 소중한 박사학위다. 하지만 학위수여식장의 성 감독은 그다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마음 한켠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라서다. 성 감독은 올 상반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 3월 6일 영국에서 전영오픈대회에 참가하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노인들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환절기 심장마비가 원인이었다. 올해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첫 국제투어에 나서던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큰일'을 치러야 했다.


급히 귀국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도 잠시. 3개월 뒤 인도네시아오픈에 참가하던 중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또 접해야 했다.

고인은 아내를 잃고 갑자기 기력이 쇠약해지더니 끝내 아내를 따라 떠나버린 것이다. 성 감독에게 부모님은 남달랐다. 7남매중 막내여서 어렸을 때부터 같한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성 감독이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아버지의 생전 바람 때문이었다. 2006년 대표팀 코치에서 잠깐 떠나 대교눈높이를 지도하고 있을 때 아버지는 "운동선수라고 학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제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겸 박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성 감독을 독려했다. 대회 출전하느라 잦은 출장을 해야하는 지도자 생활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는 게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을 독차지한 막내 아들의 보답으로 아버지의 소망을 이뤄들이고 싶었다. 올해 초 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되고 박사논문이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갔을 때 성 감독은 부모님에게 "조금만 있으면 박사학위를 받을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둥이가 대표팀 감독까지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기뻐하시던 부모님은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남은 한 가지 '효도'까지는 보지못한 채 떠나고 말았다.

성 감독의 이날 학위수여식장에는 논문 준비에 든든한 조언자였던 아내 김연자 교수(한국체대)도 없었다. 싱가포르에서 안식년 연수중인 김 교수는 올해 시부모상을 연달아 치르느라 두 차례 입국했기 때문에 더이상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 감독은 더 쓸쓸했다.

성 감독은 "지도자 생활 때문에 논문 통과를 6개월 미뤘던 게 후회된다"면서 "이번 추석에 성묘를 가면 박사학위를 꼭 보여드려야 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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