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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역대급 셔틀콕 패밀리.'
국제대회에서 가장 긴 123년 역사에 최고 등급(슈퍼 1000)의 권위를 가진 전영오픈에서 23년 만에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동메달 1개의 성적의 거둔 김학균 대표팀 감독과 선수단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날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한국 배드민턴의 에이스 안세영(21·삼성생명)이었다. 안세영은 이번 전영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살아있는 레전드'이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방수현이 은퇴한 이후 한국 배드민턴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여자단식 종목에서 새로운 황금기를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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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전영오픈 제패는 27년 만의 쾌거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기록될 만한,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됐다. 흥미로운 뒷이야기의 핵심은 안세영과 성지현 코치(32)의 절묘한 인연이다.
안세영이 샛별로 등장하기 전 국내 여자단식 1인자였던 성 코치는 현역 은퇴한 뒤 작년 1월부터 대표팀 여자단식 전담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성 코치가 코치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안세영은 급성장했다. 지난 1월 동남아투어에서 2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을 하더니 3월 재개된 유럽투어의 2번째 대회인 전영오픈까지 제패하는 '대어'를 잡았다.
세계선수권급으로 인정받는 전영오픈에서 수십년 만의 성과가 나오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전영오픈 역대 성적표를 다시 정리해 발표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사적 '팩트'가 발견됐는데, 그 중심에 성 코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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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부전여전'의 새로운 스토리를 완성했다. 역대 협회 데이터를 살펴보니 27년 전 방수현이 전영오픈 우승을 달성할 때 담당 코치가 아버지 성한국 전 감독이었다.
당시 한국 배드민턴은 복식 강국이었다. 박주봉 정명희 길영아 정소영 황혜영 등 '레전드'들이 남녀, 혼합복식을 휩쓸었다.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막 시작한 성 전 감독은 방수현의 전담 코치로 나서 당시 10년 만의 전영오픈 금메달을 지휘했다. 방수현은 그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지금까지 유일한 여자단식 금메달까지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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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아버지에 이어 딸이 코치로서 전영오픈 쾌거의 대를 이은 것으로 이런 '부전여전'이 없을 법하다. 스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 코치의 어머니 김 교수는 1986년 대회 여자단식 챔피언으로 방수현의 직전 우승자였다. 당시 김 교수가 우승할 때 대표팀 동료였던 성 전 감독은 전영오픈 출전 사상 첫 남자단식 메달(동)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성 코치는 이번 전영오픈 우승 후 안세영과 기쁨을 나누면서 우승 트로피 실물을 처음 접해봤다. "선수 시절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지도자가 돼서 우승하니 감회가 새로웠다"는 성 코치는 트로피를 감상하던 중 뭉클했다고 한다. 트로피에 역대 챔피언 명단이 새겨져 있었는데 엄마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랑스럽다"는 성 코치는 "전영오픈을 대비해서 더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위해 스피드와 지구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세영이가 심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껴서 얘기도 많이 하면서 털어내려고 했다. 함께 잘 버텨낸 대회였다"며 소감을 전했다.
성 전 감독은 "지현이가 그 어렵다는 전영오픈에서 금세 성과를 낼 것이라 예상못했다. 그저 고맙고 대견하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