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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꿈 "금메달? 올림픽서 즐기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3-17 00:02 | 최종수정 2023-03-21 06:00


[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사진제공=올댓스포츠

[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음…. 올림픽에서 즐기는거요."

으레 인터뷰 때마다 하는 것처럼 '목표'를 물었다. 아무 생각없이 '금메달' 답변을 기대한 기자를 확 깨웠다. '역시 'MZ세대'라 그런가.' 그래서 한번 더 물었다. '메달은 없어도 되냐'고. "따면 좋겠죠. 근데 못 딸 수도 있으니까. 지금 스노보드를 진짜 즐기고 있거든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그러는게 제 바람이에요." 스포츠조선 창간 33주년 스페셜 인터뷰에 나선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15·세화여중)은 수줍으면서도,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너무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고, 진짜 그럴 것 같아서 기대가 커졌다.


[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사진제공=올댓스포츠
7세 처음 탄, 운명을 바꾼 스노보드

일곱살 때 최가온은 스노보드 마니아인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 원래 스키를 먼저 탔는데, 스노보드가 훨씬 재밌었다. 그 '재미'가 운명을 바꿨다. 1년 뒤 하프파이프를 처음 탄 최가온은 선수가 될 결심을 했다. "코치님이 권유를 했는데, 바로 알겠다고 했어요. 엄마, 아빠도 '네가 좋으면 하라'고 하셨죠. 두 분 다 워낙 스노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내가 타는 걸 너무 좋아하셨어요."

8세의 선수, 최가온은 2016년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성적은 주니어부 3위. 사실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타는 게 좋았다. 다쳐도 상관없었다. "한국에 있다가 외국에도 나갔어요. 눈을 최대한 찾아다니면서 파이프를 탔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왔다갔다 하면서 속도가 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힘들 때도 있고, 다칠 때도 있지만, 상관없었어요. 재밌었거든요."

즐기면서 스노보드를 탄 최가온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국제스키연맹(FIS) 파크 앤드 파이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을 차지했고, 5월 국가대표로 선발돼 차세대 유망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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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클로이 김의 축하 메시지

최가온이 세상에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은 지난 3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X게임'이었다. X게임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주관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다. 동계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한국계' 클로이 김(미국)이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탄생했다.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초청받았다. "미국에 있는 파이프 캠프에 지난 3~4년 동안 꾸준히 참가했어요. 거기서 저를 지켜본 몬스터(음료브랜드) 관계자가 후원을 해준다고 했고, 이어 X게임에서 초청해줬어요. 대단한 대회라는걸 알았고, 그래서 엄마가 처음 말해줬을 때, 안 믿었어요, 진짜라고 증거도 보여주셨어요."


최가온은 첫 출전에 금메달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그것도 클로이 김이 갖고 있는 최연소 우승(14세3개월)까지 갈아치웠다. "연습을 했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넘어지지만 않으면 가능성 있겠다' 싶었죠. 제 주 기술이 '스위치백 나인(오른발 앞으로 타서 뒤쪽으로 900도를 도는 기술)'인데 여자 최초로 구사했거든요. 처음에는 잘 안 됐는데, 연습하니까 되더라구요. 멋지게 성공을 했고, 우승까지 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X게임 우승을 한 최가온에게 특별한 메시지가 왔다. '우상' 클로이 김이었다. "클로이 김이 한국말로 '축하한다'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낸거에요. 엄청 좋았죠. 저도 너무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어요. 클로이 김은 보드 시작 후 줄곧 제 우상이었어요. 시합 때마다 잘 타는 것을 보면 너무 잘 하고, 그래서 존경했거든요. 그런데 메시지도 받았고, 우상의 기록까지 깨서 좋았어요." 이어 열린 듀 투어 대회에서도 최연소, 최고점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듀 투어 대회는 대회 자체를 우승한 것보다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시킨게 좋았어요. 저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창간33주년 인터뷰]세계를 놀라게 한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의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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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녀, 평범하지 않은 목표

최가온은 이제 큰 주목을 받는 선수가 됐다. 미국에서 더욱 유명하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조금 익숙해졌어요. 미국에서 스키장에 가면 어린 선수들이 많이 알아봐줘요." 무엇보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계가 들썩이고 있다. 최가온은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쥔 이채운(17·수리고)와 함께 올림픽 최초의 금메달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신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럴수록 스노보드에 매진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해외에서 힘들게 훈련하고 있지만,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딱히 힘들지 않아요. 그래도 최근에 기사가 나면서 새학기에 모르는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지금 할 일하고 나중에 놀자,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그래서 보드에요."

눈 밖에서는 평범한 소녀다. 쉴 때 태블릿PC로 한국 방송이나 유튜브 보는 게 제일 큰 낙이다. '먹방'을 즐겨 본다. 특별히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없다. 아이돌 말고 '피겨여왕' 김연아를 동경한다. "(언니의)멘탈을 보면 대단해요. 올림픽에서 아사다 마오를 이긴 장면을 보면 진짜 멋있어요."

스노보드 이야기를 하자 다시 눈이 반짝였다. 그토록 최가온의 마음을 뺏은 스노보드의 매력이 궁금했다. "속도가 제일 큰 매력이죠. 눈에서 타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다 내려놓고 온전히 보딩에만 집중하는 기분이 좋아요."

최가온은 이제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된다. 각오는 언제나 그랬듯, 똑같이 재밌게 타는 것이다. 2024년 열리는 평창동계유스올림픽은 조금 다르다. "의미 있는 대회 잖아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기도 하고, 이 대회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요. 한국에서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요."

최가온의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 아니다. 그저 즐기고 도전하는 데 의의가 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답이 있다. "새로워 보이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남들이 많이 안하는 기술을 쓰면서, 사람들이 '쟤 뭐지' 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항상 발전하고, 도전하고, 항상 즐겨야겠죠. 올림픽도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메달 따면 더 좋고요.(웃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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