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원경에 대한 로망이 있죠. 늘 차에 싣고 다녔어요."
|
고 부회장이 이끄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지난달 동계체전에서 꿈의 2연패를 달성했다. 총 48개의 메달(금23, 은19, 동6)을 따내며 3만743.20점을 기록했다. 사상 첫 3만점 고지를 넘으며, 2위 경기도(2만3481.20점)를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에서 4관왕을 달성한 '장애인체육의 미래' 김윤지(16·가재울고)가 최우수선수(MVP)상을 받는 등 어린 에이스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좋은 성적은 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2017년부터 민간·공공기업의 장애인실업팀 창단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올해 3월까지 37개 기업에 75개팀이 창단됐고 서울시 소속 300명의 선수가 채용됐다.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운동에 전념한 결과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 부회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로 오겠다는 선수들이 줄을 잇는다"며 웃었다. "우리 직원들이 일을 참 잘한다. 내 역할은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사고쳐라, 도전해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
지난달 28일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당연직 회장인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대표 장애인선수들을 직접 만났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타이틀로 28년 만의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골볼팀, 패럴림픽 3연속 메달리스트 여자탁구 정영아, 휠체어컬링 에이스 서순석 등과 함께 오찬을 나눴다. 지난 10일엔 동계체전 2연패 선수단을 초청해 트로피 세리머니를 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장애인선수들은 '회장님'에게 앞다퉈 감사인사를 건넸다.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한 오 시장의 서울시에선 장애인, 비장애인 직장운동부 임금체계가 같아졌다. 장애인선수 연봉 체계를 비장애인 선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고 부회장은 "'약자와의 동행'이 말이 아닌 진심이란 걸 선수들이 안다"고 했다. "급여가 오르고 처우가 개선됐다.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자 선수들 사기가 올라갔다. 자존감도 올라가고 집에서도 더 당당해졌다"고 했다. "시장님도 흐뭇해 하셨다. '간담회를 열면 주로 요구만 하는데 고맙단 말을 이렇게 많이 듣긴 처음'이라면서 웃으시더라'"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장애인체전 휠체어펜싱 동메달리스트 출신이자 노원구의원 시절(2006~2010년) 노원구장애인생활체육회를 창립한 '체육인', 고 부회장은 스포츠에 진심이다. 서울시의원(2010~2014년) 때도 장애인체육 활성화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올해 최대 역점 사업은 서울시 장애인들의 '1인1체육'이다. "생활체육 4만명 시대"를 목표 삼았다. 고 부회장은 "장애인은 몸이 불편할 뿐 아픈 게 아니다. 운동하면 근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다. '이단옆차기'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에너지가 절로 생긴다"고 했다. "서울시 장애인 10%인 4만명이 운동하면 세상이 달라진다. 운동하는 장애인들이 아침저녁, 동네를 돌아다니면 차별과 장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장애인 복지와 인식 개선은 장애인 생활체육을 통해 다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
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연 장애-비장애학생 체육페스티벌 '서울림운동회'에 대한 지지도 빼놓지 않았다. "장애-비장애인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같이 웃고 뒹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 난 늘 교실 지키미였다. 창문에 붙어 운동장의 친구들을 구경했다"면서 "문제는 60년대생 고만규의 체육시간과 2000년대생 김윤지의 체육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윤지를 봐라. 환경을 만들어주면 장애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인 생존수영에서조차 많은 장애학생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학교체육의 허점을 지적했다. "서울림운동회를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 장애-비장애학생이 학교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환경이 더 많이 생기고 학교가 좀더 장애인 학생체육에 관심을 갖고 활성화하도록 우리도 더 고민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3년 함께 열심히 공들이면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망원경을 좋아한다는 고 부회장에게 새해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올라가보고 싶다"고 했다. "노원구 의원 시절 불암산에 올랐다. '내 지역구를 내 눈으로 보지도 않고 무슨 그림을 그리냐'는 생각에서 기어서, 업혀서 정상에 올랐다"고 했다. "이젠 동네 산 말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을 목표 삼았다. "헬기를 타든 기어서든 어떻게 해서든 또 올라가봐야죠"라며 웃었다.
송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