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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거북선 헬멧 쓰고 월클 우뚝"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 이야기[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3-02 16:03 | 최종수정 2023-03-03 09:00


"거북선 헬멧 쓰고 월클 우뚝"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 이야기[진심인터뷰…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거북선이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을 표현하면 좋을 것같았어요."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한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24·강원도청)를 2월말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만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언맨' 윤성빈의 금빛 질주 덕에 스켈레톤은 썰매 종목 중 가장 유명한 종목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나선 '1999년생' 정승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2022~2023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8번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4개의 메달(은3, 동1)을 획득했고, 1월 26~27일 세계선수권에선 0.01초차 짜릿한 동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4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월드클래스'로 우뚝 선 그의 헬멧엔 '필사즉생'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또렷히 새겨져 있었다.

'거북선'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윤)성빈이형의 아이언맨 헬맷 이후 주변에선 '스파이더맨'을 추천했지만 나는 마블 마니아는 아니다. 나를 표현하는 것, 한국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사를 좋아하는데 이순신 장군은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거북선이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을 표현하면 좋을 것같았다. 대회 직전 영화 '명량' 이순신 장군의 출정식 장면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는 뒷얘기를 전했다.


"거북선 헬멧 쓰고 월클 우뚝"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 이야기[진심인터뷰…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정승기는 '소치올림픽 키드'다. 2014년 2월 소치올림픽을 TV로 보다 스켈레톤에 매료됐다. "나이, 운동경력 관계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해설위원님의 말씀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파주 두일중에서 운동을 좋아하던 평범한 중학생은 '올림픽'의 꿈 하나로, 그해 3월 평창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 최연소 선발 직후 평창 도암중으로 전학, 상지대관령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육상, 역도 등 타종목에서 전향한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스스로 스켈레톤이 좋아 무작정 강원도까지 달려간 용감한 소년의 10년 분투가 결실을 맺고 있다. "보는 것과 하는 건 분명 달랐다. 생갭다 무서웠다. 처음엔 온몸이 다 멍들었던 것같다"며 첫 기억을 돌아봤다. 패기만만한 '썰매 소년'은 2016년 릴레함메르동계유스올림픽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오륜기를 든 8명의 기수 중 한 명으로 나섰고, 첫 출전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종합 1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정승기는 이어진 2022~2023시즌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거북선 헬멧 쓰고 월클 우뚝"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 이야기[진심인터뷰…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 선수가 스켈레톤 시봄을 보이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무엇보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따낸 '0.01초차' 세계선수권 첫 동메달은 소중하다. 늘 고전했던 '생모리츠 트랙' 징크스도 함께 깨뜨렸다. "1차 휘슬러 대회에선 0.01초차로 금메달을 놓쳤고, 세계선수권에서 0.01초차로 동메달을 따냈다. 0.01초는 정말 짧지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 0.01초를 위해, 수년간 달리고 또 달린다. 공기저항을 덜 받게 하려고 썰매에 붙이는 스티커 하나도 신경을 쓴다"며 웃었다.

지난달 20일 귀국한 정승기는 꿀맛 휴식도 마다한 채 가족과 단 이틀 휴가 후 곧바로 평창으로 향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덕에 슬라이딩센터, 아이스스타트 시설을 갖게 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얼음이 녹기 전에 탈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타야 한다"고 했다. 꿈나무들과 함께 대한체육회 '청소년스포츠한마당'에 참여해 대화도 나누고, 스타트 시범도 보여줬다. "제가 잘하는 걸 하고 있으니 '축복'이다.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선수들과 경쟁하고 부담감을 갖는 것도 특권"이라며 웃었다. 그는 "성빈이형처럼 우월한 피지컬을 가졌거나, 감각적으로 우월한 선수는 아니지만, 집요하게 트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한다. 분석이 내 강점"이라고 했다. "새 시즌에도 기복없이 포디움(시상대)에 서면서, 세계랭킹 3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며 눈을 빛냈다.

평균시속 140~150㎞의 스켈레톤, '총알 탄 사나이'의 롤러코스터는 어떤 느낌일까. "얼마 전에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는데 롤러코스터가 너무 느리더라고요. '언제 빨라지나' 기다리다보니 그냥 끝났더라고요."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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