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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OC 분리 찬성↔반대' 여야 의원 극명한 온도차X뜨거운 설전[문체위 국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15 21:58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이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년 제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의 첫 국정감사 최대 화두는 예상대로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문제였다.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5일 국회에서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태권도 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국정 감사를 진행했다.

정부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7차 권고에 따라 정책 입안을 추진중인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문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박 정, 전용기, 이병훈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국제 외교력 고양 필요성과 고 최숙현 사건 등 일련의 폭력, 성폭력 사건에서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KOC 분리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국민의 힘 배현진, 김승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대한체육회가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하고, 대한체육회와 체육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KOC 분리 반대 의견을 표했다.

박 정 의원은 "KOC 분리 문제가 수십 년째 이어지는 것은 문체부도 대한체육회도 국회도 책임이 있다. 구체적 분리안이 없고 서로 그리는 그림이 달라서 토론은 평행선"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제대로 결론 못내리면 10년, 20년 이후에도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체육회는 전체 예산의 96%를 정부 보조금으로 받는 공공기관이므로 준정부 기관에 준하는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2018년 기준 NOC 207개국 중 181개, 87.4%가 분리돼 있다. 미국, 일본, 호주 , 캐나다 등 스포츠선진국들은 분리돼 있는데 올림픽 성적도 좋다. 대외적 역할이나 위상이 축소되고 경기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 답을 정해두지 말고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 국감에서 질의 내용을 수용하고, 개선을 약속해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KOC 분리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수차례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4년 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이후 안착 단계인 만큼 KOC 분리 논의는 신중해야 합니다"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박 정 의원의 질의 직후 "말씀하신 대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KOC 분리에 대해 꼭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체육인 스스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자료는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일본은 분리가 돼 있고, 미국은 형태는 분리지만 사실상 통합이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OC 분리에 대한 우려 의사를 보내온 IOC 제임스 매클레오드 NOC협력국장의 서한과 관련해 "바흐 위원장이나 사무총장이 아닌 국장이 NO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렇게 무례한 서한을 왜 공개한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기흥 회장은 "IOC 문서는 거의 위원장 명의로 오지 않는다. 해당 국장이나 부총장 명의로 온다"고 답했다.

국민의 힘 최형두 의원은 이기흥 회장에게 "대한체육회와 KOC가 왜 합쳐졌는지 알고 있나"라고 질의했다. "손기정 선생이 196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눈물을 흘리며 삭발까지 했다. 대한체육회와 KOC가 분열되서 우리 선수들이 밥도 못먹고 유니폼도 못 입었다. 그래서 1968년에 통합됐고, 2009년 대의원회 통합까지 이뤄졌다"고 역사를 돌아봤다. 최 의원은 "체육이 정치화되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후 체육계 스스로의 혁신과 자정을 요구했다. "체육계, 체육하는 사람들이 가장 모범적인 시민 아니냐, 체육단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자정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 체력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체육계가 분열되고 선거조직이 되면 큰일 난다.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이 체육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시중의 관심은 체육회장 선거와 KOC 분리에 있다"면서 "지역 체육회장의 정치화 우려가 높아 체육계가 정치적 바람을 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 역시 "IOC가 말하는 완벽한 스포츠의 독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대한체육회, 즉 NOC의 입장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대한체육회가 KOC 분리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판단할 사안이다. 일방적인 법안 자체가 올림픽 헌장, 자율성 침해로 볼 소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참고인으로 나온 김헌일 청주대 교수는 전용기 의원 등 KOC 분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과 뜨거운 설전도 펼쳤다. 전 의원이 "KOC의 자율성, 독립성을 이유로 분리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체육계 성폭행, 폭행 등 사건은 계속 일어난다. 3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인사를 견책 조치하고, 징계를 철회하고, 셀프 징계하고… 그런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 체육회는 자정 능력이 없으니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문체부 비리근절센터 인원은 3명이었고, 현재 스포츠윤리센터 상담사도 몇 명 안된다. 10만 명의 선수, 지도자들을 관리, 감독할 수 없다. 문체부에서 충분히 예산을 지원해주면 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김 교수는 "KOC 분리로 체육계 악습을 뿌리뽑을 수 있느냐"는 배현진 국민의 힘 의원의 질의에 "전혀 그렇지 않다. 비리 근절은 법과 사법 체계에서 다뤄야 한다. 문체부, 여성가족부, 경찰도 못한 것을 체육회가 할 수 없다"면서 "대한체육회는 매년 4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정치적 선전용으로 이용하지 못한다. 계륵같은 존재다. KOC를 분리한 뒤 체육회를 사유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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