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일방적X하향식 KOC분리 반대...현장 체육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달라"[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14 14:04



"KOC 분리, 체육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

진천선수촌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회장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가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KOC 분리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속에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들은 지난 3월 말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퇴소한 후 도쿄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불안한 개인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불안한 상황 속에 체육계에서 불거진 'KOC 분리' 논란에 대해 체육인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는 최근 KOC 분리에 대한 전문가 자문 및 자체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댄 입장문을 이날 공개했다. 지도자협의회는 "한국 체육의 미래와 직결된 체육회와 KOC의 분리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현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KOC 분리 권고는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했다. "현장의 대다수 체육인은 KOC 분리가 지금, 우리에게, 왜 꼭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올림픽 도전의 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KOC 분리 목적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하지 않고, 현장의 이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급하게 진행 중인 분리 추진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자협의회는 KOC 분리에 대한 찬성, 반대 입장을 떠나 정치권과 문체부 등을 중심으로 체육인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분리 논의가 이뤄지는 현상황에 문제의식을 표했다. "체육회와 KOC 분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마다 상이한 체육 환경과 토양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KOC 분리는 현장은 배제된 채 비경기인 주도의 일방적 하향식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OC 분리는 한국 체육 발전에 저해된다는 현장(지도자와 선수)의 의견이 모이고, 충분한 논의와 이해를 거치는 상향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당시 '추후 논의'하기로 한 KOC분리 문제는 현재 체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지난해 1월 빙상계 성폭력 의혹 사건 직후 문체부가 KOC 분리를 언급했고, 지난해 8월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6-7차 권고안을 통해 2021년 상반기까지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를 권고한 바 있다. 연간 수천 억 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는 공공기관인 체육회가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각종 비리 및 부조리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폭력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성적지상주의' 엘리트 시스템 개선 및 선수 육성 체계 선진화를 위해 대한체육회와 KOC의 기능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포츠의 정치적 독립성, 자율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체육회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인사 등 필요한 사안에 적극 개입하려면 KOC 분리가 유용하다.

지난 6월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새로 출범한 제21대 국회에서 KOC 분리 논의가 재점화됐다. 스포츠혁신위의 권고를 따라야 하는 문체부 역시 국회와 KOC 분리 방법 및 입법 절차 등을 논의중이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는 "현장의 체육인들도 모르는 새 진행되는 일들이 결국 체육인들의 삶과 한국 체육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자괴감"을 토로하면서 "KOC 분리만이 정답이라는 주장보다는 지금부터라도 한국체육발전이란 대전제하에 체육단체 구조에 대하여 현장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현장과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체육인, 체육 현장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기울여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KOC 분리'에 대한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입장문]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었고, 국가의 방역 지침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현재 개인 훈련을 통해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도자와 선수들의 불안감은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체육계에서 흘러나오는 출처불명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현장의 체육인들도 모르는 새 진행되는 일들이 결국 체육인들의 삶과 한국 체육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자괴감 속에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체육이 발전해 왔고, 그 결과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패배의식이 가득했던 국민에게 올림픽에서의 선전은 "할 수 있다"라는 도전의식을 고취시켰고, 이것이 국민적 자부심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체육의 시대정신과 체육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눈높이가 과거와 달라졌음에도, 우리는 변화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 대가로 우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 공부하고 소통하면서 우리의 삶터인 체육계를 지도자, 선수 등 체육인 스스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체육의 미래와 직결된 KOC 분리 문제에 있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현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권고한 'KOC 분리'를 바라보는 스포츠 현장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장의 대다수 체육인들은 KOC 분리가 지금, 우리에게, 왜 꼭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올림픽 도전의 꿈으로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코로나로 인해 지친 상황 속에 KOC 분리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현장의 이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급하게 진행 중인 분리 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KOC 분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마다 상이한 체육의 환경과 토양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그런 사항일 뿐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KOC 분리는 현장은 배제된 채 비경기인 주도의 일방적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OC 분리의 출발은 현 체제가 한국체육 발전에 저해된다는 현장(지도자와 선수)의 의견이 모이고, KOC 분리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분리를 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와 이해를 거쳐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KOC 분리만이 정답이라는 주장보다는 지금부터라도 한국체육발전이란 대전제하에 체육단체 구조에 대하여 현장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현장과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체육인, 체육 현장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기울여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2020. 10. 14.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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