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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이클 여제' 나아름,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1-27 05:20


'코카콜라 체육대상' 사이클 국가대표 나아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관왕 나아름이 26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인천공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26/

'코카콜라 체육대상' 사이클 국가대표 나아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관왕 나아름이 26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인천공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26/

'사이클 여제' 나아름(28·상주시청)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사이클에 오른 나아름은 꽃길만 달렸다. 200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이후 매년 빠짐 없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전국체전에서 딴 금메달만 무려 43개.

국가대표로도 승승장구했다. 200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세계무대를 누볐다. 두려울 것 없어 보였다. 딱 하나 신경쓰이는 건 주변의 지나친 기대였다. '나아름이니까 당연히 하겠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관심이 현재의 나아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린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던 여름이었어요. 너무 더워서 도로 훈련을 오전 5시부터 했어요. 제일 더운 시간을 피해야 하니까요. 그때는 겨울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렇게 선수들 다 같이 이를 악물고 했기에 단체전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었어요."

굵은 땀방울은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졌다. 나아름은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도로, 도로독주는 물론이고 단체추발, 매디슨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4관왕에 올랐다. 개인 금메달 4개는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내 최다 금메달이며, 전체 선수단을 통틀어 공동 4위의 기록이다.

"제가 경기 전날 넘어졌어요. 그때 감독님과 동료들이 힘을 줬어요. 그렇게 2명, 4명이 힘을 합쳐서 딴 금메달이라 정말 값져요. 제가 4관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 덕분이에요. 단 1%의 거짓도 없어요."

주변을 돌아볼 힘도 생긴 나아름. 이제는 새로운 꿈을 향해 뛴다. 바로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운동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도쿄올림픽이 가능할까' 고민도 했는데, '안 될 게 뭐 있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도쿄올림픽에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경기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요. 왠지 올림픽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1990년생. 운동선수, 특히 극한 체력을 요하는 사이클 선수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나아름은 이제야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듯했다.

"책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모든 일에 간절함이 있으면 안 될 것은 없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기에 더 잘했던 것 같아요. 이제와 돌아보니 과거에 제가 한 것은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준비된 마음이 아니었던 거죠. 100%라는 것은 육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마음가짐이 다 돼야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완벽한 준비를 통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나아름은 다시 한번 달린다. 그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했다. 사이클 월드컵에 출격하기 위해서다. 도쿄로 가는 첫 걸음이다.

"저도 꿈을 꿔야하잖아요. 이제는 국가대표, 올림픽 출전이 아닌 '올림픽 메달'이에요. 작은 목표를 이루며 올림픽까지 갈 생각이에요." 여제의 미소가 환하게 빛났다.

코카콜라 체육대상 월간 MVP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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