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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수영단일팀 '코리아'가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지만 일본의 실격 해프닝 속에 시상식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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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이날 경기 종료 직후 레인 심판이 이의를 제기했다. 릴레이 과정에서 일본의 부정출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터치전 출발'로 일본이 실격 처리됐다. 코리아의 메달색이 동메달에서 은메달로 바뀌었다. 전광판 경기결과를 기다리던 '코리아' 선수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그러나 몇 분만에 현장은 요동쳤다. 실격 직후 일본의 신속한 소청, 비디오 판독을 거쳐 다시 '코리아'의 순위는 3위, 동메달로 번복됐다. 이번엔 코리아선수단이 이의를 제기했다. 남북 선수단이 동시에 반발하며 현장이 시끄러워지자 조직위는 1~4위 국가에 판정 과정을 설명하고 시상식 개최 연기를 전격 통보했다.
이날 경기가 모두 종료된 후 경기장내 회의실에서 수영경기 운영을 총괄하는 세계장애인수영연맹(World Para Swimming) 테크니컬 디렉터(TD)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렸다. 남북단일팀, 일본, 중국 등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각국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비디오 재판독 및 1시간여의 논의를 거쳐 최종결론이 나왔다. 코리아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맹 명의의 공문을 통해 '일본의 소청을 인정하고, 실격 판정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민식 대한민국 선수단장과 정진완 총감독은 "일본의 소청 이후 TD측이 비디오를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터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정했다. 우리의 항의 후 재검토 했지만 이미 이뤄진 비디오 판독 결과를 뒤집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은 동메달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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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단일팀의 장애인체육 사상 첫 메달 직후 "북측이 시상대에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남북은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와 수영 단체전에서 사상 첫 단일팀 출전에 합의했다.
이날 남자계영 400m 예선에서 정국성(21·북) 전형우(16·충남고) 김세훈(21·울산 북구청) 심승혁(22·북) 등 남북 에이스들이 차례로 나섰다. 결선에선 '메달 작전'을 가동, 남측 선수들만 나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단체전은 예선, 결선 출전선수 전원에게 메달이 수여되기 때문에 남북 선수들의 경기력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예선은 남북선수 각 2명, 결선은 남측 선수들만 출전하기로 사전합의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남측 에이스, 김세훈, 권용화(19·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동구(37·부산시장애인체육회), 권 현(27·부산장애인체육회)이 '모두의 메달'을 위해 혼신의 역영을 펼친 끝에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문제는 메달 확정 이후였다.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뜨겁게 환호하던 코리아 단일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장을 관할하는 TD가 세계장애인수영연맹(World Para Swimming) 시상 규정을 들어 "남북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규정에는 '릴레이 경기의 메달은 예선, 결선을 뛴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예선만 뛴 선수의 메달은 선수단장(Team Leader)을 통해 전달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남북단일팀 7명의 선수 중 결선에 출전한 남측 4명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뒤늦게 확인한 북측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정진완 남측 총감독 역시 "남북단일팀의 평화, 화합의 취지를 거스르는 결정"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북단일팀이 장애인체육에서 함께 따낸 첫 종합대회 메달이다. 함께 시상대에 올라야 한다"면서 " IPC, APC 및 대회 조직위 등 우리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9일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와 조직위측에 남북단일팀의 특수성을 인정, 출전 선수 전원이 시상식에 참여하거나 남북 선수 각 2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