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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등 싸움에 피해보는 학생들, 한국 태권도 갈 곳을 잃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0-07 09:00



최근 한국 태권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남북 교류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7년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출발한 남북 스포츠 교류 논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활짝 꽃을 피웠다. 지금도 한국 중심의 세계태권도연맹(WT)와 북한 중심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시범단을 파견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태권도는 남북 교류의 시발점이자 가장 확실한 매개체다.

지난 3월30일에는 오랜 숙원 사업을 이뤘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기(國技)'로 '법적' 인정을 받았다. 국가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기' 태권도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태권도의 문화콘텐츠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태권도 미래 발전전략과 정책과제'도 발표했다. 예산도 5년간 173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이 순풍을 이끌어야 할 태권도계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최근까지도 최창신 회장의 인사문제로 시끄러웠다. 그나마 대한태권도협회는 나은 편이다. 국기원은 전세계적인 망신살이 뻗쳤다.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은 전세계공금횡령, 업무상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성추행, 살인교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오현득 국기원장의 거취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오 원장은 9월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 원장 선임 절차 후'라는 단서를 달며 여전히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어른들의 추태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바로미터다. 전국에는 28개의 태권도학과가 있다. 한체대, 경희대, 용인대 등 4년제 18개교, 2~3년제 10개교가 있다. 태권도학과는 태권도의 보급 발전에 기여하고, 지도자와 전문가 양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5년만 하더라도 56개의 대학에 태권도학과가 존재했지만, 최근 급격히 그 숫자가 줄었다. 태권도학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문 태권도인 육성 뿐만 아니라 뿌리 정립과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WT가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태권도학과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졸업생이다. 해마다 1500~2000명의 학생들이 사회로 나서지만 갈 곳이 없다. 중요 태권도 단체들이 정치싸움에 매몰된 사이, 이들은 사지로 몰렸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은 이들의 취업현황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학과 졸업생의 가장 확실한 길은 사범이다. 전국에는 1만4000여개의 도장이 있다. 전국적으로 사범 기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발을 담그기에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 4대 보험도 되지 않고, 월급도 박봉이다. 실제 태권도학과 졸업생 중 사범을 지원하는 이는 10%도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사범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사범은 국기원 관계자, 교수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국기원에서 해외와 연결시켜주던 인턴사범제도 없어졌다. 최근 북한과 교류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시범단 역시 소수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많은 졸업생들이 가장 원하는 행정직은 사실상 벽에 가로 막혀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이 태권도학과 출신을 거의 뽑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고 연구직으로 나서기에도 여의치 않다. 국기원에는 연구지원금 등의 지원 제도가 있지만, 혜택을 받아가는 것은 극소수다.

물론 태권도학과 내부의 자성도 중요하다. 태권도 관계자는 "태권도학과 출신들이 실기에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이외의 부분에 대한 커리큘럼이 부족하다. 보다 많은 사회적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향후 진학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다. 사실 최근 진행되는 태권도 관련 사업은 정해진 예산을 소모하는 1회성 사업 위주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 시피하다. 태권도 관계자는 "태권도학과 출신들이 외면 당할수록 태권도의 전문화는 요원하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이 보여주기식 예산에 집착하지말고, 이들을 적극 활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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