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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포인트]男펜싱 '어벤저스 사총사',2020도쿄에서 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4 13:40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펜싱 경기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안게임' 남자 펜싱 단체 사브르 8강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3/

"그것은 한국에 돌아가서 추후에 고민해보겠습니다."

'어벤저스'. 마블코믹스 원작 만화로 헐리우드에서 실사화 해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물이다. 최강의 슈퍼히어로 군단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이유로 이 단어는 '최정예 멤버로 짜여진 팀'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4·상무) 오상욱(22·대전대)의 사총사로 구성된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팀을 부를 때처럼.

이들 네 사람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CC(자카르타 컨벤선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이란을 45대32로 격파하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세계최강 사총사'로 공인받은 이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보면 쉬운 대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방심하지 않고, 오히려 아시안게임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금메달은 그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다.

대표팀 맏형이자 지난 7월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자이기도 한 김정환은 "이 아시안게임을 위해 그동안 국제대회,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등을 거치며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간 너무 잘해와서 오히려 아시안게임에 부담이 있었다"며 결코 아시안게임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펜싱 사브르 어벤저스'는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일단 확실한건 다음 아시안게임 때는 볼 수 없다는 점이다. 2022년에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데 멤버 교체가 확실하다. '맏형' 김정환은 공식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출전이다"라고 선언했다.

둘째이자 에이스인 구본길도 우승 후 믹스트존에서 진행된 인터뷰 막판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 너무 힘들어. 이제 아시안게임은 그만 할래"라고 외치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정환과는 대답의 성격이 약간 달라서 구본길의 거취는 더 두고봐야 한다. 아직 20대 초반인 김준호와 오상욱의 2022 아시안게임 출전은 본인들이 운동을 그만두거나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한 확실시 돼 보인다.

4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럼 2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 멤버가 그대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나이로 볼 때 구본길-김준호-오상욱은 확실한데, 김정환은 애매하다. 만 37세가 되는데, 불가능한 건 아니나 확신하긴 어렵다. 김정환도 그래서 "(2020도쿄올림픽 출전은)한국에 돌아가서 추후에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기량이 충분히 뛰어난 새 얼굴이 등장한다면 김정환은 얼마든 자리를 내줄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사브르팀이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키도록 응원하고, 지도자가 되어서라도 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김정환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만약 이렇다 할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세계 최강'을 위해 김정환이 올림픽에 나갈 가능성도 있다. '펜싱 어벤저스'를 과연 언제까지 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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