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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을 걷고 국제 무대로 나온 북한 스포츠는 예상보다 강했다. 정치적인 논리를 떠나 스포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남북 단일팀'에 대한 더 큰 진전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남북 단일팀이 더욱 확대해야 될 명확한 이유가 있다. 스포츠 경쟁력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시너지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스포츠의 경쟁력은 상당히 강력했다. 일부 종목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압도하기도 했다. 그간 국제 무대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우리가 북한 스포츠의 수준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목격한 북한 스포츠는 한 마디로 선이 굵었다. 화려한 기술 보다는 강한 체력과 탄탄한 기본기에 바탕을 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런 스타일이 잘 맞는 종목들이 있다. 22일까지 북한은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종합 6위에 랭크 돼 있는데, 금 5개가 역도(3개)와 레슬링(2개)에서 나왔다. 레슬링은 금 외에도 은 1개와 동 2개 등 총 5개의 메달을 따냈다. 체력과 기본기를 앞세운 북한 스포츠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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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간 '남북 단일팀'에 대해서는 긍정의 의견 못지 않은 반대 목소리가 컸다. 반대 의견도 일리가 있다. 이전까지 만들어진 단일팀에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평화 논리를 앞세워 급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형평성이나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심지어 스포츠 자체의 경쟁력도 오히려 약해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여자하키 단일팀이다. 평화교류 의미는 컸지만, 팀 자체의 모양새는 이상했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통한 합리적 선별이 전제가 된다면 단일팀은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코리아'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승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경쟁력이 점차 쇠퇴해가는 지금이야 말로 좋은 기회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6회 연속 종합 2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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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4일이 지난 22일 기준, 일본에 2위를 내줬다. 금메달 격차가 무려 9개나 돼 2위 수성에 비상이 켜진 상황이다. 현장의 많은 체육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걱정한다. 단일팀 확대는 이런 침체 분위기에 빠진 한국 체육계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