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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출전이지만,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때부터 불꽃이 튀었다. 두 차례 연속 몸과 몸이 부딪히며 무득점 상황이 벌어졌다. 그 충격으로 강영미의 칼 손잡이 부분에 약간 이상이 생긴 듯 했다. 강영미는 2분11초를 남겨두고 부품을 교체하며 숨을 골랐다. 재개된 경기에서 다시 동시득점. 하지만 2분을 남기고 공격을 들어가던 강영미가 역습을 허용했다. 그래도 여전히 5-4 리드.
강영미는 다시 전략을 수정해 위치를 고수했다. 어차피 급한 건 쑨위엔이다. 강영미는 침착하게 상대의 엄습하는 칼날을 피했다. 두 선수는 여전히 격렬하게 몸을 부딪혔다. 보기 드물게, 마치 검도 경기 때 나오는 장면 같았다. 그러던 1분9초전, 강영미가 회심의 일격을 찔렀다. 무득점 선언. 강영미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흐름은 바뀌었다. 다급해진 쑨위엔이 허점을 계속 노출했다. 강영미는 이때부터 연속 3득점에 성공해 8-4로 간격을 벌렸다. 남은 시간은 30초. 쑨위엔이 공세의 고삐를 당겼으나 겨우 3점 만회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강영미도 3점을 따냈다. 11대7, 강영미가 이겼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저무는 듯 했던 '펜싱 영미언니'의 대표팀 커리어는 서른을 넘어서 다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비록 안경은 쓰지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컬링 대표팀 김영미와 같은 이름에 '맏언니'라는 것까지 비슷해 '펜싱 영미언니'로 불리는 강영미는 이렇게 첫 아시안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펜싱 동료들은 그녀를 향해 "영미! 영미!"라고 외쳐줬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