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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시인장관님이 꿈꾸는 '워라밸',그중심에 스포츠가 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7-27 05:59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지난 20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주최한 여기자 포럼, 남북 문화체육 교류를 주제로 1시간 남짓 이야기를 이어가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마무리 인사는 한편의 시였다. "한국은 과로와 사고로 연간 일터에서 800~900명이 사망한다. 5년이면 5000명이다. 주52시간 근로 시대에 이런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쉼표가 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쉼표'를 모르는 사람은 노래를 못한다. 박자를 다 놓친다. 24시간 뉴스 현장을 쫓는 기자들의 삶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기자로 살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시인 장관님'은 웨일스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여유(Leisure)'라는 시를 조근조근 읽어내렸다.

대한민국 문화 체육 관광 정책을 이끄는 수장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다.

25일, 도 장관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기아 타이거즈전을 앞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7월1일부터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상한제'를 도입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대 노동시간이 종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됐다. 도 장관은 가장 많은 직장인들이 즐기는 여가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함께 관람하면서 직장인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016년 문체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 '주로 하는 여가활동'을 묻는 설문에 60% 이상의 국민이 TV 시청과 인터넷 검색이라고 답했다.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보고서 설문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관광(71.5%), 문화 예술 관람(38.5%), 스포츠 활동(24.9%), 스포츠 관람(10.2%), 문화예술 참여(9.6%) 순으로 응답했다. 모두 문체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영역이다.

단언컨대 도 장관의 문체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바쁜 '핵심부서'다. 주 52시간 근로 시대, 개인의 삶을 바꾸는 일과 남북 평화의 시대,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일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는 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신명나게 바꾸는 한편,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평화의 길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돈보다 '워라밸'을 모토로 삼고 있는 의식의 변화 속에 문체부와 스포츠의 포괄적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 여가활동의 경우 단순한 관람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즐기는 부분에 대한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가로서 스포츠는 크게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 둘로 나뉜다. 종목에 따라 이 두 영역은 하나로 융합되기도 한다. 3대3 농구가 대표적 사례다.

문체부의 '2030 스포츠비전'은 문재인 정부 체육정책의 요체다. '사람을 위한 스포츠, 건강한 삶의 행복'을 목표로 생활 속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어디서나 신나게 즐기는 생활체육을 강조하고 있다. 평생 즐기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과 다양한 유형의 지역 스포츠클럽 활성화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관람 환경 혁신도 명시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전용구장 설치시 종목별 맞춤형 관람 환경을 제공하고 IoT 기술을 결합시킨 스마트 관람 플랫폼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3대3농구, 드론스포츠 등 유망 뉴 스포츠 분야의 기술 개발 및 리그 활성화를 지원하고 관련 시설, 용품, 서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산업 분야 저변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7월1일부터 도서·공연비 소득공제가 시행돼 영화관람비, 도서 구매 금액 등을 연말 소득공제로 최대 1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문체부는 스포츠 경기 관람의 경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 현재 용역을 진행중이다. 연일 반복되는 야근에 파김치가 된 채 주말엔 소파에서 종일 뒹굴거리며 멍하게 TV를 응시하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역동적인 느낌표, 힐링의 쉼표가 공존하는 삶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면부족,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신체, 정신적 문제들의 근원적 치유 방법 역시 스포츠가 돼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스포츠와 스포츠를 통한 땀의 가치를 공유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기회의 시간이다.

시인 장관님이 남긴 시의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 만약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눈길처럼 펼쳐진 풍경을 고요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그들의 도토리를 어디에 숨기는지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이게 무슨 인생인가./대낮에도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과 그녀의 발이 어떻게 춤추는지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만약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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