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준(22·한국체대)은 고개를 숙였다.
빙판 위에 한참을 주저 앉아 있었다. 허리를 숙인채 홀로 빙판을 맴돌았다.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임효준을 안아주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땀방을을 흘린 것을 알기에,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던 것을 알기에 함께 위로해줬다.
스타트부터 헝가리와 몸싸움을 펼치는 등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졌다. 36바퀴를 바뀌고 3위로 내려갔던 한국은 33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섰다. 다시 중국에게 리드를 내준 한국은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엉뚱한데서 발목이 잡혔다. 22바퀴를 남기고 임효준이 넘어졌다. 터치도 되지 않았다. 1바퀴 이상 차이나는 가운데 한국은 빠르게 추격에 나섰지만 차이가 너무 컸다. 결국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
쇼트트랙은 한국의 '효자 종목'이지만 남자 계주 분위기는 그리 밝진 않았다. 금 맛을 12년 동안 보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이 마지막 남자 계주 금메달이었다. 곽윤기는 "계주에서 꼭 1위를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무려 3번의 올림픽 만에 얻는 쾌거"라며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계주 금메달 12년 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최강 멤버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곽윤기가 '맏형' 리더십으로 생애 첫 올림픽을 치르는 동생들을 잘 이끌었다. 그 동안 서로의 엉덩이를 밀고 또 밀며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남자 대표팀은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랐다. 최근 치러진 네 차례 월드컵 중 한국에서 열렸던 4차대회 때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목표로 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은 진정한 '원팀'이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