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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스키협회, 명문화된 올림픽 대표 선발 기준이 없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1-28 02:26 | 최종수정 2018-01-28 02:27


경성현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 화면캡처=경성현의 인스타그램

대한스키협회(회장 신동빈)에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나갈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선발을 두고 잡음이 발생했다. 스키협회는 FIS(국제스키연맹)의 바뀐 평창올림픽 출전 쿼터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또 이 사실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때 알리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돌아온 쿼터 4장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명문화된 선발 기준 없이 선수를 확정했다. 이로 인해 탈락한 선수들이 크게 반발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스키협회를 성토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출전 쿼터 4장 몰랐을까

ISU가 우리나라에 평창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알파인 스키 종목에 쿼터를 준 건 4장이다. 국가별 쿼터 2장(남 1, 여 1)과 개최국 쿼터 2장(남 1, 여 1)이다. 스키협회는 평창대회 준비를 하면서 알파인 스키팀을 총 9명으로 꾸렸다. 결과적으로 선수 개인의 성적으로 쿼터를 따온 선수는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스키협회는 "우리는 선수들이 시즌 월드컵 포인트를 쌓아 출전권을 따오길 기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 한명도 이번 평창올림픽 쿼터 배정 기준인 FIS 전체 월드컵 랭킹 320명 이내에 들지 못했다. 또 종목별 월드컵 랭킹 30위 이내에 든 선수도 나오지 않았다. 스키협회가 4년전 소치올림픽 때와 조금 바뀐 쿼터 배정 현황과 우리에게 주어진 쿼터가 4장 뿐이라는 걸 정확하게 안 시점은 23~24일 쯤이다. 설령 그 이전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에게 기준과 쿼터가 4장 뿐이라는 걸 통보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24일 국가대표 결단식까지 참석한 선수(경성현)가 쿼터를 받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제보자가 스포츠조선에 보내온 스키협회 내부 자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대표 선발과 탈락한 선수의 강한 반발

스키협회는 4장 쿼터를 사용할 국가대표를 경기력향상위원회(24일 개최)를 통해 결정했다. 남자 정동현(30·하이원) 김동우(23·한국체대), 여자 강영서(21·한국체대) 김소희(22·단국대)를 출전시키기로 했다. 대신 경성현(28·홍천군청) 김현태(28·울산스키협회) 이동근(23·국군체육부대) 김설경(28·경기도체육회), 김서현(27·대전스키협회) 5명이 탈락했다.

스키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고위 관계자는 "남자의 경우 기술 종목(회전, 대회전)에서 가장 잘 하는 정동현에 한장, 그리고 활강(스피드)부터 회전, 복합까지 다 되는 김동우에게 한장을 주기로 했다. 여자의 경우는 결과적으로 기술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강영서와 김소희가 뽑혔다. 스피드 종목(슈퍼대회전)에서 강한 김서현은 아쉽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남자의 경우 스피드 종목 경기가 열릴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탈 한국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복합 경기(활강+회전), 혼성 단체전(남녀 2명씩 구성해 대회전 기문에서 평행 대결) 출전 가능 여부까지 두루 고려했다. 그러다보니 김동우 보다 기술 종목에서 월등히 랭킹이 높고 경험도 풍부한 경성현이 뽑히지 못했다. 또 여자의 경우에는 김서현이 기술 종목 랭킹이 떨어져 혼성 단체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제외됐다.

경성현은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억울한 심정을 강하게 토해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선발기준. 무슨 일이 있어도 스포츠는 실력 성적순이다. 스피드에 선발된 선수와 내 세계랭킹 차이는 무려 300위 이상이다.. 난 100위권 그 선수는 400위권이다. 그 선수가 잘못한 점은 1도 없다. 이런 행정이 잘못 됐다는걸 말하고 싶은 거다. (중략) 내가 못해서 못가면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내 잘못이니까. 지금까지 아무런 말 한마디 안 해주고 연락 한번 없는 너희는 진짜 잘못 돼도 너무 잘못됐다. 반성하고 제발 다음부턴 일처리 좀 똑바로해라. 후배들이 벌써 걱정된다 이것들아'라고 적었다. 경성현의 소속팀 홍천군청도 이번 스키협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팀 해체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명문화된 확실한 선발 규정이 없다


스키협회에 확인 결과, 명문화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없었다. 또 스키협회 홈페이지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공시돼 있지 않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절차를 밟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선발 규정이 있었다면 탈락한 선수들이 이번 처럼 강하게 반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스키협회 규정은 너무 허술하다. 모든 걸 경기력향상위원회에 맡기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의 수준이 세계 정상과는 수준차가 크게 나기 때문에 월드컵 성적 만으로 선발 잣대를 삼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선 "올림픽이 홈에서 열리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발 잡음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선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수치 자료와 타당한 기준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탈락한 선수가 현실을 인정하고 홀가분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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