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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나락으로, 다시 환희로 이어졌던 그의 쇼트트랙 인생이 아쉽게도 비극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이야기다.
이번 결정으로 고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빅토르 안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 선수 은퇴를 고민했다가 마음을 돌렸다. 2017~2018시즌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메달이 없었다. 이번 유럽선수권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고국에서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 하나도 버텼다. IOC의 징계로 올림픽 출전길이 막힐 뻔 했던 빅토르 안은 개인 자격 출전을 결정하며 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갔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에게 기대도 이어졌다. AFP통신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할 선수 10명 중 한명으로 빅토르 안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도핑 의혹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빅토르 안은 여러차례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의 선수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무대를 주름 잡던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황제'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 수술대에 오르는 등 힘겨운 재활을 거쳐 재기에 나섰으나 대표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까지 겪으며 시련의 시절을 보내던 그는 2011년 자신에게 손을 내민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2014년 보란듯이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국적을 바꾸고도 또 다시 오른 3관왕(500m, 1000m, 5000m계주). 빅토르 안은 새 조국 러시아에 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